
[더퍼블릭=최얼 기자]심규진 교수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진단했다.
그는 "왜 제도권 내에서 이재명은 슬금슬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정치적 ‘영생’을 얻는 듯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게도 끝장내려는 움직임에 시달렸던 것인가"라며,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진단했다.
다음은 이날 심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문.
심규진 교수 페이스북
그들은 이재명을 제거하지 못하고 윤석열은 제거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정치적으로 죽일 수 없다
좌파, 우파, 그리고 내각제 세력이라는 삼자 구도로 정치를 해석한다는 주장에는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구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내각제 세력을, 정치적 신념이 분명하지 않은 중도 성향의 엘리트 관료 정치 언론 보수 집단으로 봅니다.
이렇게 삼자 구도로 정치를 볼 때, 질문은 명확해집니다.
왜 이재명은 살아남고 윤석열은 죽었는가?
물론, 지금까지의 사법적 흐름에서 본다면, 생명 영장을 받은 이재명과 사형 선고를 받은 윤석열이라는 상징적 구도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왜 제도권 내에서 이재명은 슬금슬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정치적 ‘영생’을 얻는 듯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게도 끝장내려는 움직임에 시달렸던 걸까요?
재미있는 점은, 이재명은 이른바 내각제 세력, 즉 기득권 엘리트 집단의 관점에서 보면 외부자입니다.
반면, 윤석열은 그들과 같은 성장 배경을 공유한 내부자 중의 내부자입니다.
바로 이 차이에서 중요한 정치적 역학이 작동합니다.
이재명은 외부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기득권에게 상당히 포용적입니다. 또 인정 욕구가 강합니다.
50억 클럽 같은 정치 카르텔 세력과 타협하고, 자리를 주고, 권력을 나눠주는 식의 영업정치가 가능합니다.
기득권 입장에서는, 광을 팔 상대가 바로 이재명이라는 겁니다.
물론, 그들도 이재명의 미천한 출신 성분이나, 깡패 같은 조직력, 조폭식 카르텔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최민희 같은 인사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까?
“이재명에게 돌을 던지면 내가 물어뜯겠다”는 식의 충성 말입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들과 같은 문화, 같은 배경을 가진 내부자입니다. 권영세 권성동 같은 자들이지요.
하지만 그는 그 내부의 룰을 따르지 않습니다.
즉, 기득권 보수 엘리트층과 같은 배경을 가졌음에도,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뒷거래나 야합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을 원리·원칙대로 살아온 검사 출신이기에,
정치적 야로나 협잡, 뒷거래에 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나이브했고, 인사도 원칙대로 하다가 줄줄이 배신당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윤석열 대통령은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조직적 카르텔 플레이에는 능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독고다이로 쌓은 대중적 지지 덕분에 오히려
기존 이권 카르텔, 관료적 체질화된 정당 집단, 심지어 보수 재판관들조차 윤석열을 ‘예측 불가능한 위협’으로 본 것입니다.
즉, 자신들에게 돌아올 보상도, 두려운 보복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관들이 법리에 따라, 원리와 원칙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믿었고,
정공법으로 임했지만, 결국 그 믿음에 배신당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번 탄핵이 윤석열 3.0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탄핵 국면 동안의 네 달,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의 그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화했을 것입니다.
이제 그에게는 사법적 위기와 정치적 박해 앞에서, 정치로 승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히틀러에 맞서 미국을 끌어들이고, 결국 소련까지 참전하게 만들었던 윈스턴 처칠의 시야와 전투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한국 정치 상황은 베네수엘라보다도 나을 게 없는 무법천지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에 끝까지 기대어 자신을 구하려 했지만,
법치가 무너진 대한민국에서는 ‘내란수괴’가 되었고,
엘리트 집단으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당했습니다.
이제 그는, 정치적 언어로 싸워야 하는 투사가 된 것입니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