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넓고 쾌적한 국회 본청에서 최고급 같은 텐트 치고 김밥과 커피 드시면서, 화장 여부는 모르겠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화보 찍듯 활짝 웃고 손 선풍기 앞에 놓고 책 읽고 있는데 국민들이 이걸 농성이라고 생각할까"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숙식 농성 중이다. 김 전 최고위원의 발언에 심규진 스페인 IE대 교수가 3일 자신의 SNS에 "여성 정치인의 외모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입지를 흔들려는 저열한 시도"라며 비판했다.
심 교수는 "김종혁 씨의 발언 중, 특히 ‘화장’을 운운하며 조롱한 대목은 그저 실언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라며 "화장은 개인의 선택이며, 특히 공인에게는 남성 여성을 떠나 공적 이미지를 관리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조롱의 소재로 삼는 순간, 여성 전체를 향한 비하적 인식을 드러내게 된다"며 "중진 의원으로서 오랜 시간 정치를 해 온 인물을 향해 그런 방식으로 폄하한다는 것은 여성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이중잣대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종혁 씨가 주군처럼 떠받드는 분은 언제나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지 않던가? 한 국가 행사의 비 오는 날, 파운데이션이 빗물에 녹아 얼굴에서 흘러내리던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김 전 최고위원의 발언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적반하장이라며 "정치적 비판은 정책이나 행보에 근거해야지, 외모나 스타일을 빌미 삼아 조롱하는 것은 그 자체로 수준 이하"라고 했다.
그는 "나경원 의원은 지금도 쉽지 않은 정치적 위치에서 싸우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동료 정치인이라면 응원과 격려를 보낼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 비열한 방식의 조롱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화장’ 운운하며 여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태도는 천박하고 저열하다. 그리고 그 천박함이 정치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정치가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구태"라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