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안, 정치권 등 제동에…현대차·한화도 예의주시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안, 정치권 등 제동에…현대차·한화도 예의주시

  • 기자명 홍찬영 기자
  • 입력 2024.07.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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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홍찬영 기자] 두산그룹의 사업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두산밥켓과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합병비율이다. 합병비율을 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고 정치권까지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밟아야 하는 현대차그룹 등의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주식의포괄적교환·이전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11일 두산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논란이 된 건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두산밥켓과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합병비율이다. 두산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주식 교환 비율을 1대 0.63으로 산정했다.

이 말은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흡수 합병되기 때문에 두산밥캣 주주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 1주가 흡수합병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가 된다는 뜻이다.

이에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적자 기업이고 두산밥캣은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 두산밥캣의 기업 가치가 상당히 낮게 평가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두산밥캣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395억원, 매출 2조2366억원으로 두산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힌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30억원으로 매년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특히 계획대로 합병이 진행된다면 지주사 두산은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기존 14%에서 42%로 높아진다. 이에 시장에서는 주주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지주회사(두산)만 배불려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금간원의 제동에 일정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효력은 정지됐기 때문이다. 두산이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신고서가 철회된다.

금감원은 이번 정정요구에 대해 투자자 보호 관련 미흡한 점이 있어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주주들이 반발하는 합병 비율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금감원 측은 “두산의 구조 개편과 관련해 목적과 배경, 주주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라면서 “비율 및 가격 관련한 부분은 별개 사안”이라고 했다.

이에 두산 측은 합병비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자료를 보완해 이르면 다음 주 중 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합병비율에 대한 건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정치권도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김현정 의원(경기 평택병)은 두산밥캣 합병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정을 규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가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상장사 합병 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1.5 비율로 가중평균해 합병 비율을 산정해야 하며, 이는 로보틱스가 낮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밟아야 하는 현대차그룹 등의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결정하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기업 승계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의 현 순환출자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활용, 사업부를 분할 또는 기업 간 합병 등의 거래가 예상된다.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글로비스의 가치가 올라가고, 모비스의 가치가 눌려야 하는 상황을 유도해야 하는데, 새로운 기준을 적용 시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안을 내놔야 한다. 글로비스는 정 회장 지분율이 가장 높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다.

한화그룹도 장남 김동관 부회장(방산·에너지), 차남 김동원 사장(금융), 삼남 김동선 부사장(유통·기계) 등이 승계하는 과정에서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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