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주택 거래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여기에 정책자금 대출도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27조원 가까이 불어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나서서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 등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대출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연기에 따른 이른바 ‘막차 대출’ 수요까지 겹치면서 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대출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15조5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많았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1조7천억원)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5조원) 반등한 뒤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도 지난해 10월(+6조7천억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였던 5월(+6조원) 수준이 두 달째 유지됐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76조9천억원)이 6조3천억원 늘었다.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3천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고, 올해 상반기 누적 증가 규모(+26조5천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천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
앞서 이창용 총재도 9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며 경계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10일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4조4천억원 늘었다. 다만 증가 폭은 5월(+5조3천억원)보다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전월(+5조6천억원)보다 많은 6조1천억원 불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1조7천억원 오히려 감소했다.
원지환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 거래 증가, 대출금리 하락, 정책대출 공급 지속 등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며 “주택시장이 지역·가격대별로 차별화돼 전체 추세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주택시장 상황, 은행 취급 행태 등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 또한 금일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는 환율 외에도 가계대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도 한은이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더 낮춰주면, 약 3년 전의 집값 폭등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와 같은 가계대출 광풍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