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의 "방향의 변화" 발언 '파장'…外人, 채권시장 떠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방향의 변화" 발언 '파장'…外人, 채권시장 떠나고 있다

  • 기자명 안은혜 기자
  • 입력 2025.11.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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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외신 인터뷰서 '방향 전환' 언급
이달 외국인 10년선물 2조6500억원 순매도
국고채 3년물·10년물 금리 연고점 경신하며 약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그간 금리인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혀왔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국고채 금리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 국채 대표 상품인 10년 국채 선물을 이달 들어 2조6500억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12일에는 10년물 금리가 장중 연 3.3%를 찍은 후 연 3.282%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 금리가 연 3.3%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7월 이후 처음이다. 

5년물도 하루 사이 0.1%포인트 급등했고, 3년물의 최근 한 달 새 0.4%포인트 가까이 오르더니 12일 연 2.923%로 마감해 연고점을 뚫었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피벗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 총재는 “현재 국내총생산(GDP)갭(잠재성장률-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 상태인 만큼, 공식 입장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폭과 시점, 혹은 정책 방향의 변화(even the change of direction)이 있을지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말했다.

시장은 '방향의 변화' 발언에 주목했다. 

금리 인하를 여기서 멈추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 지표에 따라선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다.

이 총재 발언 즈음에 연말을 앞두고 수익률 확정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의 선물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국고채 시장은 약세 압력을 강하게 받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3년 국채 선물을 1조5352억원어치, 10년물을 427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채권 금리를 밀어 올렸다. 채권을 판 돈 중 일부를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도 낳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금리 급등은 내년 인상이 없다면 정당화되기 어려운 레벨”이라고 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도 “전날 이창용 총재의 ‘방향의 변화’ 발언으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했다”며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에서 동결로의 변화가 아니라 인상 가능성까지 내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채권시장 불안이 큰 상황에서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크다. 

시장이 요동치자,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 총재 발언이 통화정책 선회나 금리 인상을 검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도 “국고채 금리 급등이 과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습했다. 

국내 채권 시장은 늘어나는 물량 부담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년 정부 예산은 역대 최대인 728조원이다. 이에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는 232조원으로 올해 대비 12% 급증, 역시 역대 최대다. 이 중 차환 발행을 제외한 적자 국채만 11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미 투자금과 150조원으로 증액된 국민성장펀드 재원 마련 등을 위한 채권 발행 부담까지 더해졌다. 채권 발행 증가는 곧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난다는 뜻으로,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부르게 된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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