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지난주 흔들렸던 채권시장이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진 시장의 수급 부담으로 인해 투자 심리는 여전히 위축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0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914%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 역시 연 3.301%로 1.6bp 하락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2.1bp, 2.6bp 하락해 연 3.105%, 연 2.802%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3.311%로 0.5bp 내렸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4bp 하락, 5.0bp 상승으로 연 3.238%, 연 3.153%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는 국고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금리 하락은 국고채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50원대에 머무는 등 원화 절하가 이어진 것도 국내 채권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앞서 12일 시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으며 우려의 불길이 일어 국고채 금리가 요동쳤다.
이 총재가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 여부까지 우리가 보게 될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방향 전환 여부(even the change of direction)'라는 발언에 시장이 꿈틀거렸다.
이후 13일 소폭 하락세를 보였던 국고채 금리는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주요 인사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관해 잇달아 부정적 발언을 내놓자 다시 치솟았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오히려 인상 기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들끓으면서 국고채 금리가 몸살을 앓았다. 기준금리 인상은 통상 국고채의 가격을 낮추는 악재로 꼽힌다.
한은은 해당 발언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폭등한 금리를 회복시키기엔 무리였다.
기획재정부도 "채권시장 불안심리가 과도하다"며 시장을 진정시키고자 했으나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당국의 진화는 급격한 약세를 소폭 되돌리는 수준이었다.
채권시장의 불안은 크레디트 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일부 공사채가 유찰되거나 가산금리(스프레드) 확대 추세가 엿보였다.
이달 초 신용등급 ‘AAA’인 한국전력공사는 3년물과 5년물을 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금리 평균보다 10bp 이상 높은 금리로 발행하기로 했다.
같은 신용등급의 한국도로공사 역시 10년물 발행에서 민평 대비 9bp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했고, 30년물은 수요 부족으로 목표액(500억원)에 못 미치는 100억원어치 발행에 그쳤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크레디트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당초 예정했던 7500억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입찰을 잠정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 국고채를 올해보다 12% 늘어난 232조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미 투자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가능성도 있어 금융권의 조달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채권시장 변동성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인식해 시장이 너무 출렁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당국도 이런 오해를 떨쳐버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과잉 반응에 대한 자성이 퍼지면서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대응으로 신용경색이 장기화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며 "당국의 조치로 안정을 찾는다면 실물 경제의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 역시 "현재의 금리 상승은 시장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고 공급 증가라는 명확한 원인에 따른 현상"이라며 "통화 승수나 화폐유통속도 등을 놓고 봤을 때 신용경색으로 확대해 해석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