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정부‧여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배임죄 재판을 면소시키고, 그 공범들의 형을 면제하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직 변호사이기도 한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배임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폐지하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다른 속내를 숨기고 있다”며 “바로 형법 제1조 제2항의 재판시법주의 원칙으로 기존에 배임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자들을 모두 면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2항은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대법원은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판시, 배임죄가 폐지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형법 제1조 2항이 적용돼 신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배임죄가 폐지되면 법률의 변경으로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고, 그리되면 형사소송법 제326조에 의해 진행 중이던 재판은 ‘면소(免訴)’ 판결이 가능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면소란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처럼 형사 사건에서 실체적 소송 조건의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선고하는 판결로 재판이 바로 없던 것처럼 끝나버리고, 배임죄로 기소된 사람들은 모두 바로 처벌을 면하게 된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럼 이미 배임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형법 제1조 제3항에 의해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돼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 경우에 해당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되면 이미 수백억, 수천억 배임을 범하고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 중인 범죄자들이 모두 즉시 석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최고위원은 “미국에서는 배임죄가 없다고 하지만, 이는 경영 판단의 법칙에 따른 경우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일 뿐이다. 즉, 미국 연방 형사법은 포괄적인 ‘형법전’이 아니라, 개별 구체적 행위 유형(사기‧공갈‧횡령‧허위기재‧배임수재(kick back) 등)을 조각조각 규정한다”며 “따라서 ‘신의성실·충실의무 위반 일반’을 형사로 포괄처벌하는 단일 규정이 존재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미국에는 한국처럼 경영 판단에 따른 포괄적인 배임죄 처벌 규정이 없을 뿐, 구체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선 모두 처벌된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여러분이 아셔야 할 부분이 있다. 민주당이 말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진실. 즉, 우리나라의 배임죄로 처벌하는 상당 부분을 미국은 다른 개별 구성요건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회사나 지방자치단체에 수천억원 가치의 재산이나 권리가 있는데, 이를 회사의 이사나 지자체장이 단돈 1억에 넘겼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배임죄로 이를 처벌한다”며 “이는 경영 판단의 원칙과도 무관한 명백한 불법행위”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국의 형법은 배임과 횡령을 본질은 같은 범죄로 보고 단지 객체가 재물이냐 재산상 이익이냐로 구별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논리라면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도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인을 위한 것이라면 경영 판단에 따라 모험적인 결정을 내려 그 순간 주주들의 이익과 충돌되더라도 배임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을 신설하거나, 특별법인 상법 주주 편에서 법을 개정하면 될 일인데, 왜 모든 배임죄를 통째로 폐지하려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이미 대법원 판례가 배임죄 처벌 범위를 계속 축소해 나가는 추세인데, 왜 굳이 지금? 민주당의 정확한 속내를 짚어보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배임죄 재판을 면소시키고, 그 공범들의 형을 면제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법질서가 이렇게 특정인을 위해 희생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 도대체 이 선출 권력의 오만함의 끝은 언제쯤 보게 될까?”라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