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상 친구’ 앱을 출시하면서 중국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젊은 층이 AI 가상 친구에 대해 몰입함에 따라 출산율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앞서 영국의 유력 시사 주간지(경제지) 이코미스트는 지난 5월 중국 젊은이들이 최근 ‘AI 동반자’로부터 우정과 사랑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동반자 앱 분야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은 ‘마오샹(猫箱)’으로,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마오샹은 2023년 7월 100만 명이던 월간 활성 이용자가 지난해 2월에는 22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인기 앱 ‘싱예(星野)’도 110만명을 기록했고, 바이두와 텐센트도 ‘샤오칸 플래닛’과 ‘주멍다오’란 이름의 동반자 앱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이는 AI 가상 친구와의 교감이 점차 중국 젊은 층의 일상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동반자 앱 이용자 성비가 거의 비슷해 남녀 모두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감정적 욕구를 채우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젊은 층이 가상 친구에 몰입하는 건 AI 기술 발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인간의 감정과 공감을 흉내 낼 만큼 정교해졌다고 한다. 따라서 이용자의 감정을 파악하고, 공감과 위로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또 앱을 통해 가상 친구의 성격과 외모, 목소리까지 맞춤 설정이 가능하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이성 친구를 만들 수 있고, 가상 친구가 문자도 보내주고 전화도 해주며, 이 과정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사이로 진화하게 된다.
중국 젊은 층의 각박한 삶도 요인으로 꼽힌다. 현실에서 이성 친구를 사귀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대비 가상 친구가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외로움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인은 작년 하루 평균 18분만 사회적 활동에 쓰고, 인터넷 사용은 하루 5시간 반에 달했다. 사회적 활동이 줄어든 만큼, 가상 친구가 이를 대신하는 셈이다.
다만, 중국 젊은 층이 가상의 AI 친구와 교류하는 시간이 늘면서 출산율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 맞춤형으로 설계된 AI 가상 친구가 결혼과 출산을 대체함에 따라, 젊은 세대가 인간과의 관계를 점점 피하려 한다는 것.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4년 1300만 건에서 2024년 610만 건으로 절반 이상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가 줄어들다 보니, 중국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1.0명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남녀가 실제 파트너가 아닌 AI 파트너에게서 정서적 위안을 찾는다면, 출산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