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그리스 제조 자회사 SK엔무브가 합병하기로 했다.
또한 SK온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상환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2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여기에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참여하기로 했다.
이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SK온 지원을 위한 SK그룹의 ‘특단의 조치’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이 시너지 창출? SK온 살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결정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은 이날 SK엔무브를 흡수합병 한다고 공시했다.
합병 비율은 1(SK온):1.7(SK엔무브)로 책정됐다. 합병 방식은 SK엔무브 주주가 현재 소유한 주식에 대해 합병 비율에 따라 SK온 주식을 배정받는 방식으로 진행, 합병 절차 이후 SK온은 존속하고 SK엔무브는 소멸한다.
합병법인인 SK온은 오는 9월 2일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11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SK온 상호명은 그대로 유지하고, SK엔무브에서 근무 중인 모든 근로자의 고용 및 근로계약 등이 승계된다.
현재 SK온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으로 SK온 지분 86.98%를 보유하고 있고, 또한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음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SK온 합병법인의 지분율 88.27%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산, 경영권 변동은 없다는 게 SK온의 설명이다.
SK온은 합병 목적에 대해 “전기화 관련 사업 간 시너지 창출 및 글로벌 물류 운영 효율을 개선함으로써, 경쟁력 제고 및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매분기마다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SK온과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9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SK엔무브와의 합병은, SK온을 지원하기 위해 SK그룹 차원에서 두 팔 걷고 나선 결정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 SK온 FI가 보유한 CPS 전량 상환 결정…SK그룹 지주사까지 나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SK온에 대한 SK그룹의 지원은 알짜 회사인 SK엔무브와의 합병에만 그치치 않는다.
SK그룹의 에너지 및 화학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중간 지주회사 SK이노베이션은 이날 SK온의 재무적 투자자(FI)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전환우선주(CPS) 전량을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3조 5880억원 상당이다.
앞서 SK온은 2022~2023년 미국 공장 신설 등 투자금 마련을 위해 FI로부터 2조 800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2026년까지 상장을 통해 7.5%의 내부수익률(IRR) 맞춰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SK온이 적자를 면치 못함에 따라 상장은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전환우선주 상환을 결정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SK온 채무 상환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SK그룹 지주사인 SK가 40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1조 6000억원은 여러 금융회사가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참여한다.
PRS는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인 주식 가치가 계약 당시보다 높으면 그 차액을 자금 조달 기업이 가져가고, 그 반대의 경우엔 기업이 손실 금액을 투자자에 보전하기로 약속한 파생상품이다.
총수익스와프(TRS)와 다른 점은, PRS는 TRS에서 배당권‧의결권 등의 권리가 제외된 주가 차익만을 거래 대상으로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최대주주인 SK는 당사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인수기관 7개사를 대상으로 발행할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PRS(3년 만기)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시했다.
즉, 계약 만기 시점인 3년 뒤에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지금보다 오른다면 그 차익은 SK가 가져가고, 반대로 주가가 지금보다 하락하면 SK가 투자자들에게 차액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것.
또한 SK이노베이션은 만기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표면이자율 5%) 발행으로 7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아울러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2조원,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인데, SK이노베이션이 신주 인수기관과 PRS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온을 지원하기 위해 SK그룹이 두 팔 걷고 나섰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이다. SK그룹은 만성 적자인 SK온을 흑자로 돌려세운 뒤, 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좋아지는 시기에 제값을 받고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상증자 및 영구채 발행으로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인 SK이노베이션 등은 연말까지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3조원을 추가로 확충해 총 8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9조 5000억원 규모의 순차입금을 줄여나가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