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면서 충돌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 서명 의향을 밝히면서 파국으로 끝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의 후폭풍을 수습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지속을 원한다면 광물협정은 의미가 없다며 ‘정권교체’ 카드까지 거론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모두 50분가량 진행된 공개 발언에서 처음에는 각각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 및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등에 대한 일반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회담이 시작된 지 40여분께 분위기는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 당신은 수백만 명과 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면서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거론하면서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면서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합의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에 동석한 JD 밴스 부통령도 “백악관에 와서 미국 언론을 앞에 두고 그 문제를 논쟁하려고 하는 것은 무례하다”며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한 적이 있느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약 10여분 간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양측의 거친 설전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협상을 성사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나가겠다”, “당신은 전혀 감사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충분히 봤다. 이건 대단한 TV쇼가 될 것”이라며 회담을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담을 한 뒤, 오후 1시께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6분께 자신의 SNS에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라며, 사실상 회담이 완전히 종결됐음을 알렸다.
이에 따라 광물협정을 연결고리로 미국의 추가 지원을 확보하려고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0분께 빈손으로 백악관을 떠났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물협정 서명 의향을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동을 수습하려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에 대해서도 “관계 회복 측면에 대해서라면 난 우리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광물 협정에 대해 선을 그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그(젤렌스키)가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그 일을 할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 등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CBS 뉴스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젤렌스키)가 싸움을 계속하길 원한다면 무의미해질 경제협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