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최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까지 40일 정도 남은 가운데, 이 대표 지지자들이 재판부를 향해 ‘탄원서 물량공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행동 대장’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원칙론을 고수하는 상황인 터라, 일각에서는 야권의 사법부 압박과 조 대법원장의 원칙론의 대격돌을 주목하는 모양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엔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휴일을 제외한 6일 동안 탄원서 60여건이 접수됐다. 법원 관계자는 “한 명이 여러 명을 대표해 제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탄원서는 수백, 수천 개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탄원서는 재판의 유무죄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재판부가 양형 사유로 어느 정도 참작할 순 있다. 한 현직 판사는 “현실적으로 다 읽긴 어렵지만, 주요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이를 무시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 지지자들이 탄원서 물량공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결심(結審) 공판이 끝난 뒤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 ‘잼잼자원봉사단’ ‘잼잼기사단’은 이 사건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내자는 내용의 문서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탄원서 양식과 함께 ‘가급적 친필로 작성한다’는 지침을 공유하고 있다. 탄원서 양식에는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억지 기소와 사건 조작 등을 통해 죄 없는 사람을 음해하고 있는 검찰의 조작 범죄행위를 바로잡아 쓰러져가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울 마지막 보루인 재판부에서 올바른 재판 결과로 바로 잡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예시로 적기도 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는 다음 달 15일, 위증 교사 1심 선고는 다음 달 25일 나온다. 검찰은 이들 재판에서 각각 징역 2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현재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이후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4개 재판 가운데 2개 재판의 1심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선 “두 재판 가운데 최소 한 사건에선 집행유예 유죄가 뜰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

그러나 조희대 사법부는 야권의 이같은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조희대 대법원장은 4일 신임 법관들에게 "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방의 칭찬과 비방에 좌고우면하지 않으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균형 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111명에 대한 임명식에서 "국민이 법관에게 부여한 막중한 사명을 완수하는 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법관의 판단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신의성실하고 겸손한 품행을 갖춰야 한다"면서 "공적인 영역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항상 스스로를 삼가며 언행에도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법원이 민주당 지지층의 탄원서 제출에 영향을 받지 않을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판사들이 탄원서 같은 걸로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된다”면서도 “그래도 재판 거래등이 의심된 적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장의 이같은 메시지는 확실히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