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정치화된 사법부’ 자초한 김명수와 권순일의 사법리스크

[집중분석]‘정치화된 사법부’ 자초한 김명수와 권순일의 사법리스크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3.06.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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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발 사법 농단…임성근 부장판사 사표 논의 과정 거짓말 들통 '檢 수사 본격화'
이재명 대법원 무죄 ‘재판거래’ 정황…남욱의 충격적인 폭로 '김만배와 권순일 커낵션' 의혹
이재명 최측근 백종선 등 측근들...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있어. 우리가 대법원 (작업)하잖아"

▲ 2018년 12월 11일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이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법원도서관 이전 개관식에서 권순일 대법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지난 30일 열린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은 다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여야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견차가 큰 노란봉투법을 야권이 강행처리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는 물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치열한 논의를 통해 노‧사 양쪽이 100% 만족할 순 없어도 일정 부분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함에도, 야권은 ‘파업의 일상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은 노란봉투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더욱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도 최근 노란봉투법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려 논란을 키웠다. 조국‧윤미향‧최강욱 등 야권 인사들의 재판은 시간 끌기로 일관하더니, 지난 15일 현대자동차 불법파업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4명이 20억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1‧2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불법파업으로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노조‧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한 것으로, 노란봉투법을 그대로 옮겨놓은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의 ‘정치적 판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바 있는데, 당시 잠재적 대권주자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과 김명수 사법부가 거래를 통해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경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다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처지에 놓였다. 이에 <더퍼블릭>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정치화된 사법부’로의 전락을 자초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농락’ 사건과 권순일 전 대법관이 연루된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사법부 수장의 ‘거짓말’…김명수 퇴임하면 檢 수사 본격화?

국민의힘보좌진협의회(국보협)은 지난 23일 성명을 냈다. 성명의 주된 내용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농락’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검찰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인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통보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이런 내용의 성명을 낸 것이다.

국회농락 사건은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의혹을 받던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임 전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22일 담낭 절제 등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하려 했다. 그런데 당시 김 대법원장은 “지금 (민주당이 임 판사를)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를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고 한다.

당시 정치적 상황 및 그로 인해 본인에게 피해가 올 것을 감안해,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 대법원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대법원도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국회에도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당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최종 결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021년 2월 4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 전 판사에게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란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하잖아’라는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김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22년 8월 임 전 부장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고, 올해 초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국회에 제출한 거짓 답변서를 결재한 김인겸 부장판사를 방문 조사했다고 한다.

이후 검찰은 다른 법원 관계자들을 조사하던 중 김인겸 부장판사와 엇갈린 진술을 확인하고, 지난 22일 김 부장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통보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보협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이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 소환통보를 받은 김인겸 부장판사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는 건 이례적으로, 국회에 거짓 답변서를 제출한데 따른 허위공문서 작성 및 관여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가 오는 9월 24일까지인데, 법조계에선 고발된 지 2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던 검찰 수사가, 김 대법원장 임기가 종료되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 김명수 대법원장.

 

이재명 무죄 ‘재판거래’ 의혹…남욱 “김만배가 이재명 사건을 권순일에게 부탁해 뒤집힐 수 도록 역할 했다고 말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면 검찰이 ‘국회농락’ 사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법조계 일각의 관측과 다르게, 퇴임 이후에도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로, 법원이 김 대법원장 혐의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압수수색 영장 등을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란 시각 때문인데, 실제 권순일 전 대법관이 연루된 ‘재판거래’ 의혹 사건 관련,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수사가 흐지부지된 상태다.

재판거래 의혹은 2020년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무죄판결 작업을 했고, ‘무죄판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들어가 매달 1500만원 씩, 총 1억 5000만원을 받는 등 김만배 씨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2018년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9년 9월 6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가 최대 위기에 몰렸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했다. 2020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대 5 의견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친형 강제입원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무죄판결은 김만배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작업한 결과라는 취지의 진술을 진즉에 확보했다고 한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21년 10월 검찰에 “김만배 씨가 ‘내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권순일에게 부탁해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검사가 ‘김만배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어떤 부탁을 했다는 것인지’를 묻자, 남 변호사는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에서 권순일에게 부탁해 2심을 뒤집었다고 했다”며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 했고 권순일에게 부탁해서 뒤집었다고 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이후 조사에서도 “김만배 씨가 2018년부터 권순일 이야기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는데, 2019년 이후부터 권순일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며 “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의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김만배 씨가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9차례 대법원을 방문했고, 그 중 8차례 방문 장소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기재했던 사실은 대법원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대법원 청사 출입기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 출처-국민의힘.

 

이재명 과거 측근들도 “우리가 대법원 작업하잖아”

남욱 변호사의 진술 및 김만배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실을 방문한 기록 외에도, 과거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도 재판거래를 시사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JTBC는 지난해 3월 7일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백종선 씨가 2020년 2월 13일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의 이모 비서관과 전화통화한 녹취파일을 공개했는데, 백 씨는 이 비서관에게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있어. 우리가 대법원 (작업)하잖아.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아가지고”라고 말한다.

백종선 씨의 이 같은 언급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무죄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이 지사 측에서 대법원에 작업을 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시 백종선 씨가 은수미 성남시장 비서관에게 이런 언급을 했던 이유는 이재명 경기지사뿐 아니라 은수미 시장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종선 씨는 은 전 시장 비서관에게 “빨리빨리 작업, 대법원. 저기 주심, 대법원장. 아니 대법관 발표 나면 작업 들어갈 생각해야 해. 그럴 때 얘기해. 싹 서포트(지원) 할 테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작업한 대법원 라인을 동원해 은 전 시장 재판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공교롭게도 2020년 3월 13일자 ‘정역학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김만배 씨는 정영학 회계사 및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조금 힘써서 (은수미 시장이)당선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성문 대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기여도 많이 했는데”라고 했다.

실제 2020년 7월 9일 대법원은 성남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은 전 시장에게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 하는 등 면죄부를 줬다.

아울러 JTBC는 2020년 6월 24일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캠프 출신이자 성남시 인수위원을 했던 임모 씨와 은 전 시장 비서관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임모 씨는 은 전 시장 비서관에게 “(이재명)지사님 (사건)은 (대법원 내부서)잠정 표결을 한 모양이야. 잘 됐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네. 7월 16일 결과가 나올 모양이야. 만장일치는 아닌 것 같고. 8대 5나 예를 들어서”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의 대법원 선고는 2020년 7월 16일이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표결은 무죄 7대 유죄 5, 기권 1이었다.


▲ 2022년 3월 7일자 JTBC 보도 캡처.

▶김만배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작업했고 그 대가로 5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취지의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김만배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을 찾아간 일정 ▶이재명 대표 과거 수행비서의 전화통화 내용 ▶과거 성남시 인수위원을 했던 임 씨의 전화통화 내용 ▶이들의 말에 부합하는 대법원 표결 결과 등을 종합하면, 재판거래 의혹은 정황상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법원은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했다.

따라서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후 검찰이 국회농락 사건 수사를 본격화한다고 해도, 수사에 속도를 내기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사법부가 재편되면 김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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