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가 그리스를 통해 올겨울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압박을 피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유럽의 에너지 지배력 또한 나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최대 가스 공기업인 DEPA와 우크라이나의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즈는 공동 성명을 통해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겨울철 우크라이나 시장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의향서를 오늘 체결했다”고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생산국이지만 가스 저장소나 채굴 시설이 러시아에 폭격당하거나 러시아군 점령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국내 가스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철 난방 수요를 감당하려면 수입 가스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러시아산 가스를 주로 수입해 주변국에 판매해 온 그리스는 유럽연합(EU)이 2027년부터 러시아산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자 미국산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 7일 2030년부터 연간 7억㎥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 공급은 DEPA와 에너지 기업 악토르(Aktor)가 미국 벤처 글로벌과 합작한 회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계약 체결을 위해 최근 그리스를 찾은 자리에서 “그리스는 러시아가 지배하는 에너지 공급망의 종착지였다”며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는 출발점이 되며, 미국 에너지 무역의 유럽 진출 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최근 그리스와 불가리아를 연결하는 트랜스아드리아 가스관(TAP)을 가동해 불가리아, 루마니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헝가리, 슬로바키아로 이어지는 수직 에너지 회랑 구축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튀르키예 국경 인근 알렉산드루폴리스 항구에 미국산 LNG 저장 시설을 새로 만든 것도 러시아의 유럽 내 시장 점유율 약화에 일조했다.
우크라이나와 그리스의 이 같은 전략은 그간 러시아의 유럽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주요 무기로 했던 방안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서방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천연가스 공급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시아의 침공은 가스 가격을 폭등시켜 유럽연합(EU)에 천연가스 공급 위기를 초래하는 등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을 일으켰는데 이를 통해 유럽이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