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전세의 월세화'… "청년층 계층 이동, 더 어려워질 것"

심화하는 '전세의 월세화'… "청년층 계층 이동, 더 어려워질 것"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11.03 17:29
  • 수정 2025.11.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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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급감 속 월세 비중 62.6%까지 상승
주거비 부담, 월세가 전세의 2.5배 달해
"전세 유지·바우처 병행해야 계층 이동 가능"

강화된 대출규제 영향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이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강화된 대출규제 영향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이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전세 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계층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확산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 "상당히 오랜 기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 사기와 임차 수요자의 선호 변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는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 아니라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월세는 경제적 약자의 선택지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부동산 부처 수장조차 월세 시대 도래를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시절만 해도 여권 인사가 월세를 긍정적으로 언급했다가 여론의 강한 반발을 샀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전세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실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율은 2020년 40% 수준에서 최근 62.6%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이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다. 전세는 집주인에게 무이자 대출의 역할을 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유도했고, 임차인에게는 목돈을 마련해 '내 집 마련'으로 향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전세의 월세화는 이 사다리를 붕괴시켜 주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비 지출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자가 및 전세 거주 가구가 8.5%인 반면, 월세 거주 가구는 21.5%로 두 배 이상 높았다. 동일한 100만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전세 거주자는 매달 약 13만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전체 지출 19.7%를 주거비로 쓰는 반면, 상위 20%는 8.5%에 불과했다.

시장에선 월세화 추세가 2023년 이후에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가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년층이 월세로 전환되는 순간 자산 축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계층 이동의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전세 공급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조치가 오히려 중산층까지 월세로 내몰아 주거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 사기 위험이 낮은 지역의 아파트까지 규제 대상이 되면, 전세 수요층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진다.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유지와 주거비 지원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에는 전세 시장을 복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취약계층에는 주거비 보조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김경민 교수는 "미국처럼 주택 관련 예산의 절반을 주거비 지원 바우처에 편성하는 등 공적 지원의 규모를 혁신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거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실제 임차료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라, 급등한 월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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