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 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0/281910_283174_1936.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료 공급이 허용되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산 원잠(原潛) 개발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연료만 확보되면 10년 내 원잠의 자체 건조·운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31일 군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건조 중인 3600t급 장보고Ⅲ 배치Ⅱ 1번함을 개량해 4000t급 이상으로 확장하고, 여기에 원자력 추진 체계를 탑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미 차기형인 '장보고Ⅲ 배치Ⅲ'를 원잠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군 당국은 과거 정부 시절부터 비닉(秘匿) 사업으로 원잠 개념 설계를 진행해 왔다. 국방부와 해군은 재래식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확보한 고강도 합금 용접 기술을 기반으로 원잠 건조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핵심 기술인 '소형 원자로' 역시 국내 기술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개발에 10년가량 소요돼 2030년대 중반 이후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함정은 5000t 이상, 우라늄 농축도는 20% 미만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작전 지속성과 억제력을 감안하면 최소 4척은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잠 연료로는 농축도 80~90%의 고농축 우라늄(HEU)과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LEU)이 모두 사용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저농축 우라늄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건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리 조선소 내 원잠 건조를 언급하며 한국과의 기술 공유 가능성을 드러냈다.
문제는 연료다. 미국의 원잠은 모두 고농축 우라늄 엔진을 사용한다.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높아 미국 외 국가의 자체 농축이 불가능하다. 이에 한국이 원잠을 추진할 경우, 미국의 통제 아래 연료를 공급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술적 효율성은 확보되지만, 군사적 독자성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저농축 우라늄 엔진은 주기적으로 연료 교체가 필요하다. 잠수함을 절개해 엔진을 분리하고 연료봉을 교체한 뒤 다시 봉합하는 작업이 필수이며, 이 과정은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원잠 추진은 호주 오커스(AUKUS) 모델과는 성격이 다르다. 호주는 조선 능력 한계로 미국 버지니아급(7900t) 원잠 3척을 중고로 도입한 뒤 추가 함정을 자체 건조하는 방식이지만, 한국은 이미 독자 건조 능력을 갖춘 상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연료 문제만 해결되면 10년 내 독자적 원잠 운용이 가능하다"며 "장보고Ⅲ 개량안이 가장 현실적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