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韓 태양광, 뿌리째 흔들린다… 중국산 셀 점유율 95%

'사면초가' 韓 태양광, 뿌리째 흔들린다… 중국산 셀 점유율 95%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9.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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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셀 비중, 사상 첫 한 자릿수 추락
가격 아닌 기술서도 중국에 뒤처져
보급 일변도 정책, 산업 경쟁력 잠식

2018년 10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왼쪽부터 문 대통령, 송하진 전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청와대]
2018년 10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왼쪽부터 문 대통령, 송하진 전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청와대]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국 태양광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값싼 모듈 시장을 내준 데 이어 핵심 부품인 셀 시장마저 중국산이 95%를 차지하면서 국산 점유율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격 경쟁뿐 아니라 기술 경쟁에서도 중국에 밀린 결과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태양광 셀의 국내 점유율은 95%를 돌파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산 셀이 절반 가까운 5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4.9%로 추락했다. 대만·미국·일본·싱가포르산 셀은 2019년까지만 해도 합계 11%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자취를 감췄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중국 일색으로 굳어진 것이다.

태양광 셀은 발전 효율을 좌우하는 기술 집약적 장치다. 모듈은 가격이 승패를 가르지만, 셀은 빛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환하느냐가 핵심이다. 업계는 "모듈을 내준 것은 싸게 못 만든 탓이지만, 셀까지 잃은 건 기술력 부족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특히 여러 파장을 흡수해 효율을 끌어올리는 '탠덤 셀' 분야에서 상용화 속도를 높이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국내 상황은 이와 대조적이다. 재생 에너지 정책이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기술·산업 경쟁력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양적 확대에 매달린 결과, 중국의 시장 독주를 허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정책 기조는 여전히 보급 위주다. 2026년 예산안에서 재생 에너지 보급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99% 늘어난 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연구 개발(R&D) 예산은 7% 증가한 3350억원에 그쳤다. 태양광 산업 체질 강화를 위한 투자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조직 개편 역시 보급에 무게를 둔 흐름이다.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하고, 재생 에너지 발전 목표를 2030년까지 100GW로 설정했다. 지난해 34GW였던 설비 용량을 단기간에 세 배 가까이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9일 태양광 R&D 기획단을 출범시켜 탠덤 셀 상용화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대응 속도가 늦다는 평가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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