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 터뜨리는 K1E1 전차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1/283958_285358_232.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내년도 국방 예산안 심사에서 제외됐던 K1E1 전차 성능 개량 사업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첨단 전력 중심' 기조를 이유로 예산을 뺐지만, 국회가 "전력 운용 공백"을 우려하며 해당 사업을 복원하려는 것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12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이하 예결소위)에서 K1E1 전차 성능 개량 예산을 다시 의결했다. 이번 예산은 예산결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도 예산안 최종 반영이 결정된다.
그동안 군은 K1E1 전차를 전면 분해하고 신형 조준경, 냉방 장치 등을 장착해 K1E2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왔지만 내년도 정부안에는 이 항목이 반영되지 않았었다. 개량 사업은 총 약 1조 2000억원 규모로, 1020여대의 전차를 대상으로 2030년대 후반까지 추진된다.
K1E1 개량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K1E1에 적용된 조준경은 K1 전차가 전력화되던 1990년대 도입된 장비로, 구성 부품인 열상 감지기·냉각기·레이저 송신 장치 등이 단종돼 교체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일부 전차는 주·야간 모두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보유한 전차 가운데 K1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운용 전력의 절반 이상이 '정상 운용 불가' 판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도 "단순한 개선 수준을 넘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차 내부 냉방 장치 부재 문제도 개량 여론을 키웠다. 전차 특성상 외기 온도 30도대에서 1시간만 운용해도 내부는 50도 이상 치솟는다. 장병 체온이 40도를 넘기면 열사병 위험이 커지는 만큼, 한동안 부대에서는 전차 해치를 열고 포탑에 파라솔을 얹은 채 훈련을 진행해 왔다. 현재 냉방 장치가 설치된 K1 전차는 약 200대에 불과하다.
군은 2017년 성능 개량 소요를 결정했고, 2019년 사업 타당성 조사 이후 신형 조준경을 갖춘 K1E2 체계 개발을 올해 3월 마무리했다. 지난해 진행된 시험 평가에서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개량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정부의 예산 제외 소식이 알려진 뒤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관련 상임위에선 장병 안전과 전력 유지 필요성 측면에서 개량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번 예산 복원 추진은 방산 수출 전략에도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중남미 일부 국가가 한국의 K1 전차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지역의 기후 특성상 냉방 장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시장에선 K2 전차가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 K1E2가 중저가 실속형 모델로 구분되고 있어 개량 여부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