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9/276759_277543_945.pn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차라리 관세를 물고 버티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측은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고집하고 있고, 연방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협상 타결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16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협상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다. 이번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협상을 통해 한국이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상호관 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관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상호 관세만 15% 적용되고 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25%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매달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 협상의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를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대출·보증 방식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자금 유출에 따른 외환 시장 충격에 대비해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며 한국이 미국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직접 3500억달러를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도 "한국에 예외를 인정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지난해 관세 협상 과정에서 5500억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행 지연 시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며 투자 원금 회수 전 발생하는 수익은 양국이 50%씩 나누지만, 이후에는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다.
문제는 외환 보유액 규모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4163억달러로, 이번 협상에서 요구되는 3500억달러는 전체의 84%에 해당한다.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외환 보유액이 3배 이상 많다. 최근 5년간 한국이 기록한 대미 무역 흑자는 총 1674억달러로, 미국 측 요구액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의 회의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선임경제학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한 방식과 유사하다면, 한·일이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다"며 "한국이 대미 수출 감소로 잃을 수 있는 규모는 GDP의 0.7% 수준인 125억달러인데, 왜 이를 지키려고 3500억달러를 내줘야 하느냐. 차라리 이 금액의 20분의 1을 피해 기업과 노동자 지원에 쓰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사법 리스크에도 직면해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를 무효로 판단했으며,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만약 항소법원 판결이 유지된다면 현행 관세는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