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11/283360_284726_128.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는 제조업과 기술 주도권을 되찾아 미국 중심의 산업 체계를 복원하겠다는 전략에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배제 대상이 됐고,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기술 동맹으로 부상했다. 결과적으로 코스피는 70% 넘게 치솟으며 글로벌 증시를 압도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초 2399.49p에서 지난 10일 4106.39p로 71.14% 상승했다. 지난 4일에는 장중 4226.75p까지 오르며 최고점을 기록했다. 상승률로만 보면 미국 S&P500(16.17%), 중국 선전지수(27.52%), 일본 닛케이225(27.79%)를 크게 앞섰다.
랠리를 이끈 주역은 반도체·조선·방산·원전·전력기기 등 'MAGA 수혜 업종'이었다. KRX반도체지수는 연초 이후 109.56% 상승했고, 코스피 200 중공업 지수는 161.68% 급등했다. 삼성전자(93.82%), SK하이닉스(261.57%), 효성중공업(466.79%), 두산에너빌리티(333.00%), 한화오션(234.92%)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세를 '수요와 동맹이 결합된 랠리'로 본다.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미·중 갈등은 이후 기술, 안보,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MAGA 정책은 이 흐름을 제도화했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의 대체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 대신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모두 갖춘 국가를 선택했다. 한국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대표적 동맹국이었다. 반도체, 전력기기, 원전, 조선 등 전략 산업이 미국 공급망 안으로 편입되며 관련 업종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AI 확산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이번 현상은 과거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당시가 중국 수요 확대에 따른 낙수 효과였다면, 이번에는 미국 중심의 기술·안보 연계 구조 속에서 새로운 산업 수요가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수요의 방향이 '교역국'에서 '동맹국'으로 옮겨간 셈이다.
현재 MAGA 랠리는 단기적인 경기 사이클이라기보다 구조적 전환의 일부로 평가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단순한 관세 전쟁을 넘어 기술과 안보,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공급망 재편은 장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중심의 산업 동맹이 강화되는 동안, 한국은 안정적인 기술 공급망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상호 관세 유예를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양국의 갈등 구도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자국 AI 데이터 센터에서 미국산 칩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은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이 같은 조치는 양국의 갈등이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패권 경쟁의 단계로 넘어섰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국 내에서는 MAGA 기조가 트럼프 임기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망 재편도 일시적 유행이 아닌,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거대한 자본 지출 사이클로 해석된다.
관건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중심 공급망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느냐다. 참여 폭이 넓고 대응 속도가 빠를수록 수혜는 지속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상승세는 제한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경기는 AI 투자 효과를 중심으로 미국 주도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AI와 미국 전략 산업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