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전세매물은 사라지고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소형 아파트 월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갖고 있는 돈이 부족해 대출로 전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이 대출 규제 직격탄을 맞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로 나오는 전세 물량 자체가 줄면서 서민층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4.5%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51.8%와 비교할 때 2.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8월 소형 아파트 월세 비중도 50.5%로,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기한이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로 규정돼 있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역전세난과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세보다 월세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6·27 대출 규제가 전세 매물 급감과 월세 수요 증가를 가속화시켰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중은행이 전세대출을 막거라 축소하고, 청년·신혼부부의 전세대출 한도는 줄었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낮아졌다.
또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6개월 내 전입신고를 하도록 한 규제도 월세 수요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규제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거나 집을 산 뒤 전세를 주기가 어려워 전세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KB경영연구소는 ‘8월 주택시장리뷰’에서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로 반전세 및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전세가격 상승 및 저금리로 인한 반전세 수요 증가로 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도 지난 8일 보고서에서 “금융 및 은행권의 여신 심사 강화로 전세자금대출의 제약이 커지면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층의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서울 내 전체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 이상)의 임대차 계약 월세 비중은 지난 6월 37.2%에서 7월 38.3%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소형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더 크게 늘었다.
이번 대출 규제로 전세의 월세화와 더불어 월세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서민층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는 “지난해 이후에는 금리 하락에 따라 월세 전환이 늘어나고 주요 월세 매물인 비아파트 공급도 급감해 월세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 중 입주물량 부족과 소형주택 급감으로 전월세 가격은 계속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층은 아무래도 자본이 부족해 대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이번 규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연령대로 보면 주로 청년층이 이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