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만 조이는 대출 규제...'풍선효과' 유발해 고위험 부채 우려

총량만 조이는 대출 규제...'풍선효과' 유발해 고위험 부채 우려

  • 기자명 안은혜 기자
  • 입력 2025.08.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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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액 절반이 신용대출, 1주 만에 1조 ↑

5대 은행 신용대출 규모가 1주 만에 1조 원 늘었다. @연합뉴스
5대 은행 신용대출 규모가 1주 만에 1조 원 늘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6·27 대출 규제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대신 신용대출이 1조 원 넘게 불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이다.

금융권의 대출 창구가 막히자 비교적 규제가 덜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면서 정부 정책 '역효과'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0조8845억 원으로, 7월 말(758조9734억 원)보다 1조9111억 원 늘어났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조693억 원이 신용대출이었다. 7월 한 달 간 4334억 원 줄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불과 일주일 새 늘어난 규모가 6월 한 달 증가액(1조876억 원)과 비슷하다.

주담대는 5796억 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지난달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단순한 대출 억제책의 '역효과'라고 지적했다.

단기·고금리 성격의 신용대출 비중이 커지면, 향후 경기 둔화나 금리 반등 시 상환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처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부실 위험이 더 빠르게 전이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권이 연체율이 낮은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유치에 집중하면서,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1등급(951~1000점) 금융 소비자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4월 4.51%에서 지난달 4.03%로 낮아졌는데,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4.33%에서 4.1%로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금리(4.08%)도 주담대 금리(4.11%)보다 낮아졌다.

이달 초 바이오 정밀화학 기업들이 상장을 앞두고 공모주 청약을 위해 수조 원의 증거금 수요가 몰려 일반 투자자들이 신용대출로 돈을 마련한 것도 있지만, 주담대를 받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대출 규제에 나선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규제 전에 빌려두자'는 '풍선효과'가 대출 수요를 견인했다. 

이는 향후 가계부채 지표에 일시적 급등을 만들 뿐 아니라, 취약 차주의 리스크를 조기에 키우는 구조다.

금융권에서도 정책의 불확실성이 선제적 대출 수요를 키운다는 분석이다. 

또한 총량만 줄이는 방식은 고위험·고금리 대출을 부추겨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소득·상환능력 기반의 정교한 관리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의 목적이 부채 안정이라면, 총량 억제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과 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정교한 접근이 먼저라는 것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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