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움직임에 내 집 마련과 이사를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의 연말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24일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1.72% 올라, 5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규제 강화로 거래량은 줄었지만, 희소성 때문에 여전히 소수 매물이 높은 가격으로 오가면서 전체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약 2년 만에 다시 6%대로 올라섰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목표로 한 가계대출 총량을 대부분 소진하면서 대출 창구마저 잇따라 닫고있다.
4대 은행에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은 모두 7조80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이들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인 5조9400억원보다 32.7% 많다.
정부는 6·27 대책 발표 당시 하반기 금융권의 대출 총량을 기존 대비 50%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청했다.
주담대 외에도 전세자금 대출, 주식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 등 수요가 겹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목표치에 근접했다. 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 결국 실수요자만 발이 묶이게 됐다.
국민은행은 오늘부터 대면 창구에서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의 신규 접수를 막았다.
다른 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타 은행 대환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도 같은 날 중단됐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은 신청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내일(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 지난달 대출 모집인을 통한 올해 가계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하고,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을 제한한 데 이어 영업점 창구까지 닫히면서 사실상 '연말 셧다운'을 공식화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대출 창구가 열려 있다. NH농협은행은 유일하게 아직 가계대출 증가액이 목표치에 못 미쳐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잔금 납입이 필요한 금융 소비자들이 이들 3개 주요 은행이나 인터넷 은행으로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조만간 가계대출 취급 중단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총량 규제를 숫자를 맞추는 방식의 관리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집단 마감은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지만 실수요자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잔금일이 연말에 몰리면 갑자기 대출 실행이 막혀 피해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공급자 중심의 총량관리 방식이 실수요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면밀한 시장 상황 점검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