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미국이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유럽 시장 또한 이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도 높은 상태다.
지난달 미국 의회는 암호화폐 업계의 숙원사업이던 이른바 ‘지니어스 법’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 이후 공포된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이 준비금 의무 확보와 돈세탁 방지 등 법적 규제를 받도록 하는 등 제도권 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미국 최초의 법률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규모는 2천880억 달러(402조 원)로 추산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실제 법정화폐와의 교환비가 1대 1로 고정(페그)돼 있으며 현금이나 정부 단기채권 등의 준비금에 의해 지급이 보증되는 디지털 토큰을 가리킨다. 이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와는 다르다.
현재 미국 달러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세계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9%를 차지한다.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된다.

26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민병덕, 안도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해 총 4건에 달한다.
법안 대부분은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놓고 자기자본 역시 최소 50억원 이상으로 한정하는 등 다소 엄격한 규정을 내세웠다. 민 의원이 유일하게 자기자본 5억원 이상 사업자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했다. 국회에서 여러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금융위원회도 연내 정부안 발표를 준비하는 등 법제화 추진은 이어지는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1일 달러 등 실물 자산에 연계된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의외로 통화량 확대를 제한해 인플레이션 안정화 기능을 일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는 현 상황은 민간 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는 19세기 중반 ‘자유은행 시대’와 비견된다. 이 시대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 비판이 많았지만, 이때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시스템 정착 이후와 비교해 오히려 낮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정책국장은 21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기존의 외환 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우려했다.
신 국장은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지배적인 역할과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지배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정책 유효성 저해나 통화 주권 침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정면 반박한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범죄, 사기, 자금세탁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가상자산 활용 범죄의 63%가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블록체인 개인 지갑을 통해 익명으로 거래하면서 자유롭게 국정을 넘나들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금융 범죄와 자본 유출입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고 짚었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높고 자본 유출에 취약한 나라에서는 자본 유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통화 주권과 금융질서에 위험 요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