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으로 확정된게 아니야”
[더퍼블릭=최얼 기자]이재명 정부의 대미외교를 담당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 추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위 실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한미정상회담 ▲국방비 인상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이양 등 한미 현안들에 대한 미국의 확답을 듣지 못한채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부연했다.
위 실장의 이같은 발표가 주목받게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한국과 일본 등 14국에 보낸 ‘관세 서한’에서 상호 관세 부과 시한을 내달 1일로 바꾼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관세적용에 대해 “(8월 1일) 이 날짜는 변경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는 관세협상에 대해 “아직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어느정도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즉 한국입장에서는 조속한 관세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도 정상 회담추진이 필요한 입장인 것이다.

산업별로 보면 트럼프 상호관세에 큰 타격을 입게될 분야는 자동차,철강‧알루미늄 산업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에 연간 약 130만 대 수준의 차량을 수출하는데 반해 수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독일이나 일본등 자동차 수출강국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아, 협상에 따라 미국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경우 조선이나 기계 등 전통적인 한국의 주요 산업들의 원자재인 만큼, 가격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철강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면, 조선산업에 이용되는 합판가격도 동시에 상승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상호관세 정책의 구상은 단순한 통상갈등을 넘어, 한국 산업과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 영향까지 줄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제2의 수출국이며, 절반이상 품목들이 관세부과에 예민하다. 미국 시장은 한국의 고부가 제조업의 주요 소비처라는 점에서 대체 소비처를 찾을수도 없다. 양국간 외교적인 관점에서도 관세협상은 굉장히 중요할 수 밖에 없으며, 기존 한미 FTA도 재협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안 만들면 관세 물리겠다”는 취지의 압박이 중국에 공장이 많은 한국의 가장 큰 고민이다.

관세뿐 아니라, 방위비 문제도 한미간 주요 의제이다. 미국은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내야할 분담금이 현재(1조389억원)의 10배 수준인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부자 한국이 미국의 안보를 공짜로 누리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비즈니스 관계로까지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지지층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한반도에 있는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하는 집단이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전시작전권 환수 검토'를 관세 협상 카드로 꺼내들었다. 채널A의 9일자 단독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정부소식통은 "관세 협상 시 안보 패키지 딜로 전작권 환수를 넣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후 이 대통령은 10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국방부 등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전작권 이양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즉, 현재 한미 모두, 전작권 이양에 부정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軍)은 조속한 전작권 전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합참은 최근 안규백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절대 먼저 미 측에 전작권 전환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시기를 정해두고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없는지 묻는 안 후보자에게 “지휘 통제·감시 정찰 분야에서 아직 한국군은 (전작권 전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전작권을 한국 합참의장이 받게 될 경우 한반도 유사시 미군 개입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하며, 단기적으로 21조 원에 이르는 전작권 환수 비용이 필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작권을 이양받게 된다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대응할 수 있도록 지휘 통제 및 감시 정찰 분야 능력에서 공백도 우려된다. 우리 군사정찰위성은 현재 고작 4개로 북한을 3~4시간 간격으로 살피는 수준에 불과한 터라, 미 측 감시 자산에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전작권 이양 과정에서 미 측 감시 자산의 국내 배정이 해제될 경우 감시 능력에 차질이 생기는건 저명한 사실이다.

이밖에도 한국군 자체 지휘 통제 능력도 미군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전시 작전을 수행하려면 155㎜탄 수백만 발 등 탄약과 각종 무기도 더 비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지난 1950년 이후 75년간 단 한 차례의 전쟁을 경험하지도 못해 경험이 미숙한 반면, 미군은 최근까지도 여러 전시작전을 수행하는 등 실전경험이 우수한 것이 전작권 이양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근본이다. 무기체계의 수준 보다도, 전쟁경험이 없다는게 전시작전권 이양시 우려되는 근본적인 이유란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분담금 100억달러 요구를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요구한 것은 동맹국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하고 또 무도한 요구"라며, 한국은 이미 1조원이 넘는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세협상을 앞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대놓고 내비치는 것이다.

참고로 금요일 발표된(8~10일 여론조사)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7월1주차 조사에 비해 2%p 하락한 수치다.
이 대통령의 부정평가 이유 중 외교(15%)문제가 2위로 꼽혔다. 전작권 이양 이슈가 9일 오후에 불거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전작권 이양문제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지지도 하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협정이 자칫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지지율을 더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