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오비맥주의 관세 포탈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오비맥주 대표이사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조세범죄사부(부장검사 안광현)는 서울본부세관과 협력해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165억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벤 베르하르트(배하준) 오비맥주 대표이사와 구매팀 부사장 및 이사(구속기소) 등 10명을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오비맥주와 협력업체 등 6개 회사도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오비맥주에서 맥아 구매 관련 업무를 맡았던 구매팀 정모 이사를 지난달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법)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할당관세(TRQ, 할당된 일정 수량까지는 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관세율 적용)’ 제도를 악용, 실제로는 맥아를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것임에도 명의상 다른 업체가 수입하는 것처럼 속여 관세를 면제받는 등의 방법으로 165억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했다고 한다.
오비맥주가 165억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한 전말은 이렇다.
오비맥주는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글로벌 주류 기업 ‘AB인베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비롯해 전 세계에 포진하고 있는 계열사들을 위해 글로벌 곡물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맥아를 구매해 왔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국내에서 맥아를 수입하게 되면 최대 269%의 관세를 물어야 하나, 맥주 제조사 등 주류제조업체들은 WTO TRQ(세계무역기구 할당관세)를 적용받을 경우 30%의 저율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서 주류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또는 신청량, 생산능력 및 실적 기준에 따라 맥아 수입 추천 물량을 배분하는데, WTO TRQ 추천을 받을 경우 30%의 저율 관세로 맥아 수입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자유무역협정(FTA) TRQ를 적용받을 경우, 일부 할당 물량에 대해선 아예 ‘무관세’로 맥아를 수입할 수 있기 때문에 관세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이를테면 맥주 제조회사가 WTO 가입국으로부터 맥아 100톤을 수입할 경우 30%의 WTO TRQ 관세로 수입하게 되지만, 수출국이 우리나라와 FTA가 체결된 경우에는 FTA TRQ 할당량, 가령 30톤은 0%로, 나머지 70톤은 30%로 수입할 수 있다. 일부 할당량에 대해선 무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FTA TRQ는 신청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오비맥주는 관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제 맥주 판매점을 운영하는 100% 자회사 A법인과 퇴직자들을 동원해 설립한 업체 3곳 및 거래업체 2곳의 명의를 동원, FTA TRQ 물량을 최대한 확보했다.
즉, 맥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오비맥주 관계사 명의를 끼워 넣어 이들 업체가 FTA TRQ를 적용받아 맥아를 수입하는 것처럼 꾸며 0%의 관세율을 적용받았다는 것.

이런 방식으로 포탈한 관세 규모는 157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오비맥주와 명의상 업체들이 FTA TRQ를 과점한데 따른 결과이고, 이로 인해 다른 경쟁사들이 피해를 봤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2018~2023년 국내 전체 맥아 FTA TRQ 물량 중 오비맥주와 명의상 업체들이 평균 55%의 물량을 과점했고, 결과적으로 오비맥주는 경쟁사에 비해 무관세 맥아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검찰은 “오비맥주는 맥아 물량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원가 절감을 극대화해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고, 이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저해돼 다른 경쟁 맥주 제조사는 그만큼 FTA TRQ 배정 물량이 감소, 고세율로 맥아를 수입함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됐다”고 꼬집었다.
오비맥주는 또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해운회사와 공모, 해운 회사로 하여금 오비맥주 및 명의상 업체들에게 해상운임을 축소해 청구토록 하는 등 8억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오비맥주의 관세 포탈은 국가재정을 잠식하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7~2023년까지 오비맥주의 당기순이익 합계액은 1조 7000억원 상당인데, 당기순이익 총합보다 많은 1조 8000억원 상당을 모회사인 AB인베브에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럼에도 오비맥주는 대한민국 정부에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지능적인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관세를 포탈했다”며 “이는 국가재정을 심각하게 잠식하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직격했다.
조세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북부지검과 서울본부세관의 협력으로 이번 오비맥주의 관세 포탈 정황을 파헤칠 수 있었는데, 특히 서울본부세관은 그동안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FTA TRQ 제도를 활용한 오비맥주 관세 포탈 혐의를 포착한 뒤, 압수수색 등 끈질긴 수사로 국가재정 범죄의 전모를 규명해 냈다고 한다.
검찰은 “서울북부지검과 서울본부세관의 이번 협력 수사는 첫 사례로서, 향후 관세청과 검찰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국민의 혈세를 도둑질하는 국가재정 범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65억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대표이사를 비롯해 구매팀 부사장 및 이사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진데 대해, 오비맥주 측은 관세 포탈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본지>에 “당사는 관세와 관련한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2023년부터 해당 수입 방식을 자발적으로 중단했고 관련된 관세 납부를 완료했다”면서 “당사는 이 사안에 대하여 법정에서 우리 입장을 강력히 변호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