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SK엔무브의 상장(IPO) 추진에 ‘중복상장’ 논란이 일면서 난항을 겪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했던 SK엔무브 지분을 재인수 하기로 결정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투자자(FI)인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 주식 전량(1200만주, 30%)을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에코솔루션홀딩스는 지난 2021년 사모펀드 운용사 IMM크레딧솔루션(ICS)이 SK엔무브 지분 매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7월 1조 1000억원 상당에 SK엔무브 지분 40%를 ICS에 매각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은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 지분 10%를 1428억원에 되사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재차 SK엔무브 지분 30%를 인수하면서, ICS에 8593억원 상당의 인수 대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가 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인수 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ICS에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했다. 교환사채란 채권자(ICS)가 발행 회사(SK이노베이션)가 보유한 다른 회사의 주식 등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의 일종이다.
교환사채 발행 금액은 3767억원 상당으로, 교환 대상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자기주식 2.25%(340만 4104주)다. 교환가액은 주당 11만 673원으로, 이날 SK이노베이션 종가(10만 1000원)보다 9673원 더 높게 책정됐다.
ICS는 SK엔무브 인수 및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ICS가 SK엔무브 지분 40%를 SK이노베이션에 재매각한 대금은 1조원 상당으로, 2021년 인수 당시 지불했던 1조 1000억원 대비 1000억원 정도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ICS는 2022~2024년 SK엔무브로부터 6000억원 상당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 지분 전량을 재인수한 건 사실상 SK엔무브 상장이 난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라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SK엔무브를 ICS에 매각할 당시, 양사는 재무적투자자인 ICS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SK엔무브를 5년 내에 상장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SK엔무브는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SK엔무브 상장 추진을 두고 ‘중복상장’ 논란이 일었고, 이에 따라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 전 사전 협의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는 주주 보호 방안 보완을 요구했다.
SK그룹 지주사인 SK와 자회사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손자회사인 SK엔무브까지 상장될 경우 모기업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기존 SK‧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반발이 제기됨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주주 보호 방안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사업 영역이 겹치는 SK엔무브가 상장하게 되면, 2021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 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자,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손실을 본 것처럼,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도 손실을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또한 지주사인 SK 주주들 사이에선 SK와 SK이노베이션이 상장한 상황에서, SK엔무브까지 상장할 경우 투자자들이 SK 주식을 살 이유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