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이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6/266919_267219_1148.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초대 인공지능(AI)미래기획 수석비서관에 임명하면서 정부의 '소버린 AI'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특정 기업 출신 인사의 정책 총괄에 따른 이해관계 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하 수석 임명을 발표했다. 하 수석은 네이버에서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끈 실무형 전문가로, 앞으로 5년간 100조원 규모의 국가 AI 투자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대통령실은 "소버린 AI를 선도한 인재"라며 민간 경험을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했다.
소버린 AI는 개별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와 문화, 가치관을 반영해 개발하는 AI다. 미국 빅테크의 글로벌 AI 모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방·의료 등 보안이 중요한 공공 분야 활용에 강점이 있다.
하 수석은 그간 한국어와 데이터로 학습한 '한국형 AI 모델'을 민관 협력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렇게 만든 AI 모델의 소스 코드를 공개해 다른 기업과 공유하고, 스타트업들이 이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하 수석은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에서 "에너지와 AI 반도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층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능력 있는 소수 기업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수석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한국 대표 AI 기업 서너 개를 뽑아서 그래픽 처리장치(GPU) 5000장을 몰아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GPU는 AI의 핵심 칩으로, 엔비디아가 독점 생산해 확보가 어렵다. 정부는 하 수석의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GPU 1만장 규모로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 건설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 사업은 민간 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2차례 유찰됐으나, 정부는 최근 입찰 조건 수정을 검토 중이다.
하 수석 임명으로 네이버도 새 정부의 AI 역량 강화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과거 정부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배제됐던 네이버가 정부 AI 어젠다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경영 복귀 후 하이퍼클로바X 출시, AI 반도체 개발 등 소버린 AI 전략을 본격화해왔다. 특히 사우디와 모로코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인프라 사업은 한국형 AI 모델의 해외 수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특정 기업 출신 인사가 국가 AI 정책을 총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16일 공동 논평을 통해 "네이버의 AI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와 지원을 요구한 인사가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공평하게 국가 AI 정책 전반을 총괄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소버린 AI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선 100조원 재원 마련 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인재 육성 방안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정부는 오는 7월 말 'AI 국가 전략 회의'를 열어 세부 실행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