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2/249631_247804_3911.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 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동은 오후 2시 45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손 회장과 동행한 르네 하스 ARM CEO,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 등이 배석했다.
이번 회동 핵심 안건은 73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였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주도하는 초대형 AI 프로젝트로 4년간 약 730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발전소 등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이튿날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할 정도로 미국이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이번 만남은 '한·미·일 AI 동맹 구축'이라는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세 기업은 AI 산업에서 각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며, 소프트뱅크는 약 2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운영하며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글로벌 테크 업계의 큰손이다. 특히 손 회장이 소유한 영국 기업 ARM은 반도체 설계 분야 최고 기업으로, 데이터 센터용 AI 반도체 설계 조직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업체이자 AI 칩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용 HBM과 DDR5 D램, 512GB CXL 메모리 모듈 기술을 확보했으며 3나노미터 GAA 공정도 보유하고 있다. 또 AI 모델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가전, TV를 생산하며 이미 오픈AI와 AI TV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TSMC가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가운데 오픈AI는 최근 중국 딥시크의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등장으로 기술적 주도권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딥시크는 100만 토큰당 0.28달러의 파격적 가격으로 API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오픈AI의 10달러 대비 30분의 1 수준이다. 오픈AI는 추가 투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에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오픈AI에도 150억~2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손 회장은 별도로 초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10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이자나기'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3자 협력은 새로운 AI 생태계를 구축할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높은 독점력에서 벗어나려는 빅테크가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AI 생태계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AI 산업은 2023년 1850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 최대 990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회동 후 손 회장과 올트먼 CEO는 "AI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매우 좋은 논의를 했다"며 "삼성전자는 훌륭한 파트너이고,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트먼 CEO도 이날 카카오와의 공동 기자 간담회에서도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