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불 끈 롯데케미칼… 재무 구조 개선 '박차'

'유동성 위기' 불 끈 롯데케미칼… 재무 구조 개선 '박차'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4.12.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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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롯데케미칼이 2조원대 회사채 조기 상환 위기를 넘기며 한숨을 돌렸다. 지난 19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14개 공모 회사채에 대한 재무 특약 조정이 가결되면서다. 이날 롯데그룹은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며 사채권자들을 설득했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행한 총 14개 회사채에 대해 3개년 누적 EBITDA/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재무 특약을 맺었다. EBITDA는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자비용 대비 EBITDA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롯데케미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021년 1조 5000억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 66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잇따른 대규모 영업 손실에 EBITDA는 줄어든 반면 이자비용은 늘면서 올해 9월 기준 이자비용 대비 EBITDA는 4.3배까지 떨어졌다.

이는 곧바로 회사채 조기 상환 위기로 이어졌다. EOD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무 상태 악화 등의 특정 상황 발생 시 만기일 전 대출금을 즉각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 2조 2920억원 가운데 2조 450억원에 EOD 사유가 발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교차 부도' 조항이 있어, 한 회사채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EOD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즉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롯데그룹은 그룹의 핵심 자산이자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그룹은 시가 6조원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국내 4대 은행과 2조 50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 보강 계약을 맺었다. 사채권자 80% 이상이 집회 전 동의 의사를 표명하며 롯데의 조치에 화답했다. 이에 19일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14개 공모 회사채의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삭제하는 조정안이 가결됐고, 법원 인가를 거쳐 해당 특약은 삭제될 예정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 재무 구조 개선은 여전히 과제다. 롯데케미칼은 신규·경상 투자 계획 조정을 통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투자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10월 기준 보유 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가동 최적화 및 원가 절감을 위한 '오퍼레이션 엑설런트(Operational Excellence)' 프로젝트를 올해 상반기 여수공장에 이어 하반기 대산공장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에셋 라이트 전략에 따라 저효율 사업 구조조정 및 비핵심 사업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했으며 미국 에틸렌글리콜 생산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을 활용해 1조 3000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매출액의 70%에 달하는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의 비중을 높여 실적을 개선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부채 비율은 단기적으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17일 싱가포르 은행 UOB 등 대주단과 8400억원 규모의 차입 계약을 맺었다. 내년 인도네시아 반텐주 석유화학단지 가동을 앞두고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의 연결 기준 부채 비율은 지난 9월 기준 75.4%에서 올해 말 80%대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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