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높은 금리 매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천NCC 사태 이후 시장 경계심이 높아지며 비우량채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당분간 비우량물 수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고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랜드월드는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3곳(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으로부터 BBB 등급을 받고 있다.
당초 이랜드월드는 만기 1년물과 1년 6개월물로 각각 150억 원씩 총 300억 원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공모 희망 금리는 1년물의 경우 최대 연 6.6%, 1년6개월물은 연 6.8%로 비교적 높게 제시됐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으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금액을 최대 500억 원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뒀었다.
하지만 수요예측 참여액은 1년물과 1년6개월물에서 각각 80억 원씩 총 160억 원에 그쳤다. 다만, 지난 2월 600억 원 모집을 목표로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가 전액 미매각된것 보다는 나은 결과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의 모회사로 패션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조7431억 원, 영업이익 156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9% 증가했다.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랜드월드의 재무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차입금 규모는 4조2861억 원으로, 매년 늘었다. 3년 연속 부채비율 170% 이상을 유지 중이다.
한신평은 이랜드월드가 투자 부담으로 순차입금이 계속 늘고,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하는 점 등을 감안해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한 상태다. 다만,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신중학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외형 성장세와 양호한 수익성이 지속되어 영업현금창출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나, 차입규모의 유의미한 축소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같은 신용등급 BBB를 받는 두산퓨얼셀은 최근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보다 초과된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만기 3년물과 2년물 각각 250억 원, 150억 원 총 400억 원을 모집할 계획이었는데 약 63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우수한 경쟁 지위를 보유한 점을 들어 두산퓨얼셀에 등급전망 '안정적'을 부여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월 일부 만기물에서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이번에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대 800억 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올해 상반기 홈플러스 기업회생, 롯데손해보험 콜옵션 미행사, 여천NCC 부도위기 등으로 크레딧 시장 내 비우량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두산퓨얼셀이 완판에 성공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천NCC 사태 이후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기업 자체 신용도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분간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사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불리한 업황과 수익성 저하, 재무 부담 등으로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 위주로 사모채 발행이 계속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는 시장금리가 하락해 사모채 시장에서의 자본 조달 비용이 감소한다는 점도 기업으로서는 이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BBB+)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최대 주주인 케이카캐피탈(BBB)도 다음 달 각각 최대 1200억 원, 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