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롯데렌탈과 어피니티, 그리고 락앤락 간 상관관계

[집중분석] 롯데렌탈과 어피니티, 그리고 락앤락 간 상관관계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5.09.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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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영일 기자] 2017년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을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는 지난해 12월 9일 락앤락을 자진 상장폐지 시키는 데 성공했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4월부터 2차례 락앤락 주식 공개매수와 추가매수를 진행하는 등 자진 상폐 요건인 95%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고자 했다.

어피니티는 공개매수 및 추가매수를 통해 지난해 10월 락앤락 지분율을 91%까지 끌어올렸으나, 자진 상폐 요건인 95%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당시 일부 소수 주주들이 공개매수 가격(1주당 8750원)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어피니티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자진 상폐 요건을 갖추기로 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이란 지분 67% 이상(3분의 2)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소수 주주의 주식을 완전 모회사가 되는 회사 주식이나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어피니티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기 위해 ‘컨슈머피닉스’란 국내 법인을 세운 뒤, 해당 법인에 보유하고 있던 락앤락 주식을 현물출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21일 열린 락앤락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이 승인됐다.

이로 인해 어피니티 측은 공개매수가와 동일한 1주당 8750원의 현금을 소수 주주들에게 교부하는 대신, 소수 주주들이 보유한 잔여 주식을 취득, 결국 락앤락은 지난해 12월 9일 자진 상폐됐다.

이처럼 락앤락 자진 상폐를 성공시켰던 어피니티가 락앤락에서 써먹었던 수법을 그대로 활용해 롯데렌탈도 자진 상폐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한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진 상폐 간 상관관계에 대해 짚어봤다.

롯데렌탈 지분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유상증자 선행조건은?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경개연)는 지난 10일 “롯데렌탈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지난 2월 말 결정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질의했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롯데렌탈 이사회에 ▶선행조건이 회사채 만기도래일 이후에 성취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채무상환 목적의 유상증자분 철회 여부에 대한 입장 ▶차입금 조달이 아닌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 ▶유상증자 상대로 어피니티를 선정한 이유 및 선정 절차 등을 질의했다”면서 “롯데렌탈의 신속하고 성실한 답변을 기대한다”고 했다.

경개연이 롯데렌탈 이사회에 채무상환 목적의 유상증자분 철회 여부에 대해 따져 물은 배경에 대해 살펴보자면,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월 28일 롯데렌탈 보유지분 중 56.17%(2039만 6594주)를, ‘카리나 트랜스포테이션 그룹’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카리나 트랜스포테이션 그룹은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매각 규모는 1조 5728억원(1주당 7만 7115원) 상당이었다.

롯데렌탈은 지분 매각 공시와 함께 어피니티 측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발행할 신주는 발행 주식 총수의 20%(726만 1877주)로, 2119억원(주당 2만 9180원) 규모다.

롯데렌탈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2119억원 중 1219억원은 시설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900억원은 오는 25일이 만기일인 회사채(450억원)와 10월 21일 만기되는 회사채(450억원) 상환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롯데렌탈에 대한 어피니티 측 지분율은 56.17%에서 63.48%로 증가한다.

롯데렌탈은 다만 “신주 인수계약에서 정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유상증자는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을 위한 선행조건은 ①본 유상증자를 금지하는 법령, 정부기관 명령 또는 기타 법적 조치가 없을 것 ②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 및 어피니티 간에 체결될 예정인 주식매매계약의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조건(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포함)이 모두 성취되었을 것 ③각 당사자의 진술 보장 위반이 없을 것 ④각 당사자의 확약사항 등에 관하여 중요한 면에서 위반이 없을 것 등이다.

신주 발행을 위한 선행조건 중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공정위의 기업결함 승인 여부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8월 SK네트웍스로부터 SK렌터카 지분 100%를 8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SK렌터카는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15% 상당을 기록하고 있는 업계 2위 업체다. 업계 1위는 점유율 20% 상당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렌탈이다.

어피니티 산하에 국내 렌터카 업계 1·2위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편입되는 만큼,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임명이 지연됨에 따라 롯데렌탈 인수 관련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도 늦어지고 있다.

당초 롯데렌탈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900억원은 회사채 상환(9월 25일 450억원, 10월 21일 450억원)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는데, 선행조건인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회사채 만기도래일 이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채무상환 목적의 유상증자분은 철회할 생각이 없냐는 게 경개연 지적인 것이다.

지난 2월 28일자 롯데렌탈 유상증자 결정 공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2월 28일자 롯데렌탈 유상증자 결정 공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차입금 조달 아닌 유상증자 선택한 이유…회사채 조기상환 대응?

경개연은 롯데렌탈에 차입금 조달이 아닌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따졌다.

이와 관련, 롯데렌탈 지분 4% 상당을 보유 중인 VIP자산운용은 지난 7월 16일 롯데렌탈 이사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철회를 공식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VIP자산운용은 주주서한에서 “롯데렌탈은 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이사회가 추진 중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별개의 사인이고, 유상증자는 대주주 변경에 따른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1,000억원 모집에 6,600억원이 넘는 수요가 몰리는 등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부채를 통해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의 불가피성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피니티는 지난해 SK렌터카 인수 당시 더 높은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대신 전액 부채로 조달했다”고 꼬집었다.

종합하면, 기발행된 회사채 상환 목적이라면 새로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SK렌터카 인수 당시에도 부채비율이 높았으나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 발행에 대한 불가피성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

다만, 롯데렌탈이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존재한다는 반론도 있다. 기발행 회사채에 최대주주 변경 시 조기상환 할 수 있다는 특약(풋옵션)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최대주주 변경 시 일시에 조기상환청구권이 행사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7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풋옵션 대응 목적의 유상증자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8일자 롯데렌탈 유상증자 결정 공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2월 28일자 롯데렌탈 유상증자 결정 공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롯데렌탈도 자진 상장폐지?…“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어피니티가 락앤락 상폐 때 사용한 방식”

그러나 VIP자산운용은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결정은 단순한 자금 조달 차원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VIP자산운용의 이러한 의심은 경개연이 롯데렌탈에 질의한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 ▶유상증자 상대로 어피니티를 선정한 이유 및 선정 절차 등과 궤를 같이한다.

롯데그룹이 어피니티에 롯데렌탈 지분을 매각한다는 내용을 공시하기 전날인 2월 27일, 롯데렌탈 주가는 2만 9400원이었다. 어피니티는 당시 롯데렌탈 주가의 2.6배가 넘는 주당 7만 7115원에 롯데렌탈 지분 56.17%를 인수했다.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유상증자를 통해 어피니티가 인수하는 롯데렌탈 신주 가격은 주당 2만 9180원이다. 고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한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시가에 추가 지분을 취득할 수 있게 된 셈인데,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롯데렌탈에 대한 어피니티의 지분율은 63.48%로 증가한다.

이를 두고 VIP자산운용은 앞서 거론한 주주서한에서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어피니티는 단숨에 63.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기존 지배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호텔롯데 및 부산롯데호텔 등 4.19%)에게 남은 지분율을 합하면 67.7%로서 (주주총회)특별결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지분율을 얻게 된다”고 분석했다.

즉, 락앤락처럼 어피니티가 롯데렌탈도 자진 상폐를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것.

VIP자산운용은 “특별결의 정족수를 확보하는 경우,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소액주주를 강제로 축출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이게 바로 어피니티가 락앤락 상폐 과정에서 실제로 사용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어피니티는 공개매수를 통한 상폐에 실패하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청산가치(주당 1만 1,685원)의 75%에도 못 미치는 주당 8,750원에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강제로 회수했다”면서 “소액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피니티는 이미 개헌선을 확보한 상태였고, 소액주주들은 속수무책으로 축출당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VIP자산운용의 의심과 경개연의 질의를 종합하면, 롯데렌탈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 그리고 유상증자 대상으로 어피니티를 선정한 목적은 향후 롯데렌탈 상폐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것.

2024년도 락앤락 사업보고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4년도 락앤락 사업보고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경개연 “지배주주 이익 위해 일반주주 이익 희생”…VIP자산운용 “유상증자 강행?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상장사의 자진 상폐 이유로는 경영 유연성 및 신속한 의사 결정이 꼽힌다. 공시 의무, 주주 관리, 주가 변동성 등에서 오는 부담을 줄여 경영진이 외부 간섭 없이 경영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회계, 공시, IR(기업설명) 등 상장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 대규모 배당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거나, 비용 절감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 등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을 통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통상적이다.

어피니티가 대규모 배당 및 재매각을 통한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VIP자산운용의 의심대로 롯데렌탈 인수 후 상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유상증자는 상폐를 위해 어피니티가 매입해야 하는 지분율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롯데렌탈 소수 주주들은 유상증자로 인해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보유 주식 가치가 희석(하락)된다.

경개연은 “이러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회사(롯데렌탈)가 지배주주(어피니티)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VIP자산운용의 경우 주주서한에서 ▶백복인 전 KT&G 대표이사 ▶박수경 듀오정보 대표이사 ▶유승원 고려대학교 교수 ▶최정욱 전 인천지방국세청장 등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을 거론하며 “이번 유상증자가 그대로 강행된다면, 이사 개개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주주와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가 직무를 수행 함에 있어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담고 있다.

한편, <본지>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VIP자산운용이 의심하는 자진 상폐나 경개연 질의 사항에 대한 반론 및 해명 등을 듣기 위해 롯데렌탈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말뿐, 끝내 회신이 없어 어떠한 입장도 듣지 못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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