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화한 (부산)금정구에서도 졌고, 전남 영광에서도 진보당에 밀려 3위를 한 만큼, 굉장히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 진보당 보다도 더 못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행보도 곤궁해 졌다고 본다”
[더퍼블릭=최얼 기자]시사평론가로 활동중인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17일 시사프로그램 ‘정치다’에 출연, 이번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조국혁신당의 선거과정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기초자치단체장 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대 2 무승부를 기록하며 각각 텃밭 지키기에 성공했다.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에서는 한동훈 대표의 국민의힘이, 전남 영광군수와 전남 곡성군수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당선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진보 진영 후보가 이겼다.
반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사실상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4.10총선 두 달전 2심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조국 대표는 최종심 판결을 남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호남의 맹주로써의 입지를 가져야만 정치적 입지와 사법리스크 문제가 축소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1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호남지역에서 진보당에게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본지>는 이번 10.16재보궐 선거 결과와 더불어, 조국 대표의 추후 정치적 입지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다.

이변 없던 10.16 재보선…여‧야 ‘텃밭 사수 성공’, 尹도 나름 방긋
먼저 10.16 재보궐 선거 결과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61.03%를 얻어 38.96%를 득표한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22.07%포인트(p) 차로 제쳤다.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는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50.97%)가 한연희 민주당 후보(42.12%)를 이겼다.
반면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41.09%를 얻어 이석하 진보당(30.71%), 장현(26.56%) 조국혁신당 후보를 이겼다. 곡성군수 재선거에선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5.26%로 당선됐다.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는 35.85%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을 이겼다. 진보 진영 조희연 전 교육감의 유죄 판결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보수 성향 조전혁·윤호상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당초 이번 재보선은 양당이 한동훈·이재명 대표 체제로 재편된 이후 치러진 첫 선거로, 총선 이후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총력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여당과 제1야당 모두 자신들의 텃밭을 사수하는데 성공한 터라, 각각 나름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보인다.
이에 여야의 수장들 모두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기겠다.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심 받들어 민생회복에 정진하겠다”며 “이번 재보궐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의 선전에 대해 축하한다는 취지의 입장도 전했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한 호의적인 입장은 대통령실에서도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 “부족한 부분 국민 뜻 받아들여 바꾸겠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10.16재보궐 선거가 여권의 한동훈 대표와 제1야당의 이재명 대표는 물론, 대통령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

재보선에서 드러난 조국혁신당의 한계…영광에선 진보당에도 밀린 3위

그러나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가 마냥 달가울 수가 없다. 기대했던 10·16 재보궐선거에서 본인들의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단 한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터라, 사실상 정치적 입지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12석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은 총선이후 '민주당 대안 세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한 석도 얻지 못해 비례대표 정당의 한계만 노출했다는 평가가 정치권안팎에서 지배적이다.
조국 '1인 정당'으로 출발한 조국혁신당에게 '첫 지역구 선거' 승리는 절실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조직력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18일 KBS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곡성은 (후보의 득표율이) 35%가 넘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한 것이고 영광은 30%에 못미쳐 실패했다"라며 "조직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열세였고 막판에 민주당이 엄청난 물량과 당력을 총집중하는 조직력을 가동하면서 밀렸다"고 했다.
이어 "다만 진보당은 오래전부터 독특한 선거운동을 해왔다. 수개월 전부터 수백 명의 전국의 당원들이 영광 지역에 가서 농촌 일손 돕기를 했고 전남도의원 2명 중 1명이 진보당"이라며 "그래서 이를 일반화시켜서 조국혁신당이 3등을 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의 야권 내 입지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의 비판까지 감수하며 호남에 공을 들였지만 되레 취약점만 노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졌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이 향후 야권 내 권력 지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국혁신당은 재보궐선거 패배의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강화하거나 인재 영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황현성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에 대해 “무겁게 받아드린다”며 “우리가 부족했던 점, 개선해야할 점에 대해서 충분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채울 것은 채우면서 바꿔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주·세종 등 4곳에 대한 시도당 창당 작업 마무리 ▲인재 영입 활동 ▲윤석열 정부 탄핵 추진 활동 적극 추진 ▲내년 재보궐선거 발생 시 후보 선출 검토 등을 제시했다. 결국 이번 선거를 발판삼아 2년 뒤 지방선거를 노려보겠다는 것.
조국과 가족들의 자녀입시비리 유죄내용...서서히 식어가는 조국혁신당 지지율

하지만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비교섭단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 이상 당의 영향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중에서도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 부분은 그의 정치생명에 명확한 한계를 그어주는 요인이다.
조 대표는 현재 자녀 입시비리 관련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위조·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관련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조 대표가 받고있는 해당 논란들을 유죄로 판단했고, 그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600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조 대표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징역형을 확정받아 복역을 받기도 했다.
정 전 교수는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고 조씨의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돼 2022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작년 2월에 아들 조원 씨와 관련한 입시 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지만, 항소를 통해 형이 확정되진 않았다.

조 대표의 딸 조민씨도 입시비리 혐의를 받아 1심(서울 중앙지법)에서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관련 일련의 입시비리 범행은 국민 불신을 야기하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노력하는 대다수에게 허탈감을 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허위서류 발급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모르는 상태로 제출했다"면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입학처분 소송도 취하했으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사실 총선에서의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2심에서 실형을 판결했음에도 조 대표가 구속되지 않은게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상 자녀 입시비리를 단행한 것으로 비춰지는 조 대표를 법원이 구속시키지 않아,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된 것이라는 거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서서히 줄어드는 양상도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서 조국혁신당의 지지도는 8%로 나왔다.
조국혁신당은 4월 14%의 지지도를 나타내기까지 하며, 호남의 민주당 대안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6개월동안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다 9월 5주차~10월 1주차 조사에서 7%까지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여론조사는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조국혁신당 10.16재보궐 참패=조국대표 정치생명의 사망선고

이는 조국혁신당이 이번 10.16재보궐 선거에서 상승모멘텀이 필요했음을 나타내주는 요소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1석은커녕, 전남 영광에서조차 진보당에게 뒤처지는 결과를 받게됐다.
조국 대표는 현재 자녀 입시비리로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1‧2심에서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가 최종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이번 10.16총선의 조국혁신당의 부진은 사실상 조국 대표 정치생명에 사망선고가 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조국대표가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면, 조국혁신당도 역사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