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기초지수 성과를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가 인기다. 특히 국내 ETF 시장의 경우 150조원을 넘어서는데, ETF는 1좌를 거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만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가 펀드보다 운용보수가 낮고 주식에 적용되는 거래세도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분간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 국내 ETF 순자산의 총합은 150조605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어섰다. ETF 종목 수는 875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29일 ETF 순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약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50%나 급격히 성장한 것이다.
다만 전 세계를 놓고 보면 한국 ETF 시장은 순자산 규모에 비해 ETF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글로벌 ETF 리서치기관 ETF GI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 세계 ETF 순자산 규모는 약 12조6000억달러로, 당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1경7380조원에 달한다. 종목 수로는 1만728개다.
이에 테마형 ETF 위주의 ‘베끼기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등에서 독창적인 상품에 한해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신청서를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10일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한화자산운용·흥국자산운용이 발행한 ETF 8종목을 신규 상장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 상장되는 ETF는 삼성운용의 ‘KODEX 미국 테크 1조 달러 기업포커스’와 미래운용의 ‘TIGER 글로벌 AI 인프라 액티브’ 등 이미 상장돼 있는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고사 상태에 있고 ETF 시장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보니 이 시장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ETF는 개인투자자들을 선점해 놓는 게 중요해 한 테마가 대세를 형성하면 비슷한 상품을 일제히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정 상품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업권 간담회에서 “특정 자산·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이 자산운용업계에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자산이 편중되고 시장 동조화가 심화할 경우 금융안정이 저해되고 외부 충격 발생 시 투자자 보호 및 금융회사 건전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운용업계는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등 단기적 수익 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자산운용업계가 자산관리자이자 자본시장의 주요한 투자자로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