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집권당 원내대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년 전 21대 국회가 출범할 때 국민들의 요구는 단 한가지였다. 바로 민생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라는 것이었다. 외형적으로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며 “국회법을 개정해 상시 국회 조항을 만들었고, 역대 최다인 2만 5000건이 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어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참 부끄럽다. 상시 국회 조항은 ‘상시 정쟁’ 조항으로 변질됐다”면서 “법안 통과 비율은 이전 국회보다 오히려 떨어졌고,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수시로 국회를 멈춰 세웠으며, 국회 파행은 일상이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불통 국회’였다”며 “탄핵과 특검으로 상대에게 칼을 겨누는데 골몰했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국회가 음모론의 생산 기지로 전락했다는 뼈아픈 질책까지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은 그간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맹비난을 쏟아내 왔다. 그런데 윤재옥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적한 불통 국회는 누가 만들었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을 여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왔던 민주당이 아니던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민주당의 비난대로라면, 21대 국회에서 거대 의석수를 과시하며 ‘입법 독주’를 자행한 민주당도 ‘불통 정당’ 아닌가.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쟁점 법안을 21대 국회 막바지에 재차 밀어붙이고 있고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공개적으로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된다”고 발언했으며 ▶국회의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민주당 인사들이 “기계적 중립은 없다”며 편파적인 국회 운영까지 예고하고 있는 것을 보면, 22대 국회도 ‘불통 정당에 의한 불통 국회’라는 오명이 뒤따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게다가 협치 배제 및 편파적 국회 운영을 예고하고 있는 거대 제1야당의 당 대표는 ‘처분적법률’ 운운하며 사실상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행세를 하려 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집권당인 듯, 집권당 아닌, 집권당 같은 제1야당과 대통령인 듯, 대통령 아닌, 대통령 같은 제1야당 대표의 행태에 대해 짚어봤다.
국민 시선 아랑곳하지 않는 ‘입법 독주’…양곡관리법 및 농안법 ‘재정 만능주의’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175석을 얻었다. 다른 야당들과 연대하면 22대 국회에서 무려 192석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야말로 민주당이 의회정치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장악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민주당은 21대 국회 막바지 또다시 입법 독주를 연출하고 있다. 여야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쟁점 법안을 재차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지난 18일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농안법 개정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하는 안건을 단독 의결했다.
국회법 제86조 3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회부 된 법률을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사위에 회부 된 법률은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직접 상정이 가능하다.
다만, 국회법 제49조 2항은 ‘예측 가능한 국회 운영을 위해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 일시를 간사와 협의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사 일정과 안건에 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쟁점 법안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처리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지적이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데, 민주당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는 골자는 그대로 유지한 개정안을 다음 달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제정된다면,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함에 따라 재정 부담은 물론 다른 농작물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공산이 크다. 또한 농가의 과잉생산 유발에 따른 쌀값 하락이 우려된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되면, 내년 약 1조원, 2030년 1조 4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고, 산지 쌀값이 되레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농안법은 양곡,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전하는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데, 한국농업경제학회는 5대 채소류의 평년 가격 기준으로 가격보장제를 시행할 경우, 연평균 1조 2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 추산했다.
이와 관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4일 충남 청양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안법 개정안은 품목과 기준 가격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위원회에서 품목과 기준가를 잡으라는 것인데, 농가들은 대혼란에 빠지고 사회적 갈등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미령 장관은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품목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나머지 품목은 국민들에게 더 고물가 상황을 안겨줄 것”이라며 “(농수산물)품질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고 단수(단위 면적당 생산량)만 중요해지게 되는데, 이에 따라 ‘농산물 품질 저질화 법’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이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 주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법안을)발의했겠지만, 국민 입장에서 과정을 생각하면 부작용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그들만의 특혜 ‘민주유공자법’…갈등 부추길 ‘가맹사업법’
지난 23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이 민주유공자법과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 총선 압승 직후 지금이 기회다 싶었는지 재차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은 물론 부모와 자녀에게까지 의료 등의 혜택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해당 법으로 인해 대표적인 공안사건이자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경찰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의대 사건, 전교조 해체 반대 운동 관련자들까지 민주유공자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우려다. 실제 민주유공자법 대상자 911명(국가보훈부 추정) 중 10여명이 국가보안법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민주당은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가짜 유공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유공자 특혜를 받을 대상자 명단과 공적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비밀에 부쳐진다고 한다. 따라서 민주유공자 심사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부재하고, 명단과 공적 모두 사실상 깜깜이인 상황에서 정부가 가짜 유공자를 걸러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미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1169억원의 보상이 이뤄진 이들에게 또다시 특혜를 주게 되면, 일반적인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들에게 노동조합처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가맹본부는 반드시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가맹점주들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함에 따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막는 등 점주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지만, 하나의 프랜차이즈에 다수의 복수 노조가 생길 공산이 커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이 일상화 될 우려가 적지 않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부처 및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입법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숙의(熟議-깊이 생각하여 충분이 논의함)’ 과정 없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좌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 ‘방송3법’…수원지검 VS 이화영‧민주당 ‘술자리 회유’ 의혹이야말로 특검 대상
아울러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야권과 연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재추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3법은 KBS와 EBS,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이사진을 현행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 것을 핵심으로 하는데, 이사진은 ▶국회(5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 미디어 관련 학회(6명) ▶직능단체(6명)가 추천하며,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공영방송 사장 후보 국민추천위원회’를 꾸려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추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은 이사진의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시민들이 국민추천위에 참여하는 등 공영방송 사장이 공정하게 선임돼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강조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보수우파 성향의 언론 유관단체들은 좌파진영의 방송3법은 되레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해치고, 좌파진영의 사유화를 촉진하며, 장기적으로 혁신을 저해하는 법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3법이 시행되면,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 방송기자연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야권 및 좌파성향 언론직능단체 등이 추천하는 야당 몫의 이사진은 14명인데 반해, 여당 몫의 이사진은 7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공영방송 영구장악 흉산으로 강행했던 방송3법의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는 국민을 위해 이소당연(理所當然-당연한 이치)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과방위는 “(방송3법은)불공정하게 만들어 친민주당 세력들이 2배 이상 장악하게끔 설계한 노골적인 좌편향 법안이었다”면서 “(방송3법)개정안에서 제시했던 민주당 추천 단체들의 활동 면면을 보면 끝도 없이 보수진영 및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좌편향 단체들이었고, 이들이 연대한 수백 개의 성명서를 보면, 북한이 우리 정부를 공격하는 것처럼 저급한 언어를 사용해 끝도 없이 정치 공격을 자행하는 등 순수한 시민단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단체들이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다고 주장하며, 공영방송 이사추천권을 부여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 주의 배제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웠으나, 그 실상은 민노총 언론노조와, 민언련 등 친민주당 세력들이 공영방송을 영구히 획책하게끔 교묘히 설계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방송3법 외에도 22대 국회가 개원되면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보수우파 진영 일각에선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 등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화영 전 부지사를 재판에 넘긴 수원지방검찰청 간 ‘술자리 회유’ 진실공방이야말로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검찰독재 정권이라 비판하더니, ‘일당독재’…'대통령인 듯, 대통령 아닌, 대통령 같은’ 이재명
이처럼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안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을 여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방송3법 및 특검 등의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지난 정부에서도 처리하지 않았던 법안들을 지금에서야 강행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사회적 갈등의 책임을 집권여당 탓으로 돌리고,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는 부담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묻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민심에 따른 행위라는 게 당 전략기획위원장의 주장이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지난 2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된다고 본다. 협치를 자꾸 앞세우면 원래 저희가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자꾸 멀어지는 그런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저는 협치라는 것을 가능하면 머릿속에서 지워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협치를 대여 관계의 원리로 삼는 건 안 된다. 그거는 192석이라고 하는 야권 대승의 총선 결과라는 민심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부연했다.
민형배 의원의 주장처럼 협치를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국민이 야권을 192석으로 만들어 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1야당 전략기획위원장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22대 국회도 민주당 ‘일당독재’의 국회가 될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민주당이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군사독재 정권, 윤석열 정권은 검찰독재 정권이라고 그렇게 비판하면서도, 정작 의회정치에선 본인들이 일당독재를 연출하는 것을 보면 ‘아시타비(我是他非-내로남불)’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일당독재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처분적법률’ 운운하며 대통령 역할까지 넘보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7일 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의 경제 상황점검 회의에서 ‘처분적 법률’을 거론하며 신용 사면 및 서민 금융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하자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거론한 처분적 법률은 행정 집행이나 사법 절차 등을 통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법률을 말하는데, 국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집행 권한을 가진 행정부를 거치지 않고 자동적으로 법률이 집행되는, 쉽게 말해 정부를 건너뛰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경기 불황일 때 정부가 신용불량자들의 연체기록을 삭제해 주는 등의 신용사면이나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무조건 따르거나 또는 국회가 직접 예산을 집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회 권력을 장악한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역할까지 하게 되는, 즉 ‘대통령인 듯, 대통령 아닌, 대통령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처분적 법률로 민주당이 법안을 처리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처분적 법률은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위헌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인 듯, 대통령 아닌, 대통령 같은’ 존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되레 일당독재에 이어 대통령 역할까지 넘보려 하다간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겠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