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함께 점검하면서 갈등양상을 봉합한 것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피해 국민 앞에서 그것을 배경으로 일종의 정치쇼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과거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및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 이재명 대표가 지방자치단체장 때 벌어진 참사를 재소환하며, 이재명 대표가 화재사고를 정치공격의 소재를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치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상인회 건물 1층에서 상인 대표 및 상인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넨 뒤,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검토하고 어려울 경우 이에 준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상인들에게 되도록 빨린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할 것도 약속했다. 이에 상인 대표는 “대통령께서 직접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했고, 현장 상인들도 대통령에게 박수로 감사를 보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현장을 떠난 뒤 2층에 머물고 있던 상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지원 대책과 위로를 듣기 위해 눈을 맞으며 기다렸는데 얼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며 “절규하는 피해 국민들 앞에서 그것을 배경으로 일종의 정치 쇼를 한 점에 대해서는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으로 갈등을 빚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화재현장을 이용해 갈등봉합쇼를 연출했다는 취지다.
다만, 대통령실에 따르면 당시 화재현장에는 상인들과 주민들이 뒤엉킨 상황이었고,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주민들로 가득 차 경호상 문제로 2층까지 이동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인대표를 통해 현장에서 대통령과 이야기 할 수 있게 인원을 파악해 달라고 한 뒤, 이렇게 모아진 상인들에게 윤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운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지원을 하는 등 피해 복구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떠난 뒤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2층에 있던 상인들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지원 금액과 시기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으며, 지원책을 들은 상인들이 지원 내용에 박수를 쳤다고 한다.
‘정치는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더니, 성남시장 시절에 ‘책임회피’ 급급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언급을 두고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과거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및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 이 대표가 지방자치단체장 때 벌어진 참사를 재소환하며, 이 대표가 국민생명과 재산 보호를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4년 10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 공연장 인근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관람객 27명이 18.7m 아래로 추락해 당시 16명이 사망, 11명이 부상을 입는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지 3년 2개월여가 지난 시점인 2017년 12월 19일,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당시 경기도 행정1부지사였던 박수영 전 부지사(현 국민의힘 부산 남구갑 국회의원)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당시에 대한 비화(祕話)를 공개했다.
박수영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는 세월호 침몰 이후 딱 6개월 만에 벌어진 참사였다.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독일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 타고 있는 시간에 벌어져 (경기도)부지사인 내가 앞장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0월 17일 오후 5시 58분께 아이돌그룹의 공연중에 환풍구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의원은 이어 “아이돌그룹 공연 다음 순서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축사였다. (이재명 시장이)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라며 “사고 환풍구 바로 옆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의 작은 책상에서 나와 이종훈 의원, 이재명 시장, 그리고 경기도 소방본부장이 긴급 현장회의를 했는데, 우선 대책본부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내가)소방본부장에게 법(法)상 어떻게 돼 있느냐고 물으니까 ‘성남과 수원 등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발생한 사고면 경기도지사가 대책본부장을 하는 게 맞는데, 이번처럼 성남시 한곳에 국한된 사고라면 성남시장이 대책본부장을 맞도록 돼 있다’고 보고를 했다”면서 “법상 이재명 시장이 대책본부장을 맡는 게 맞다며 이 시장에게 대책본부장을 맡으라고 하니까, (이 시장이)펄쩍 뛰면서 ‘성남이 아무 관계도 없는데 내가 왜 대책본부장을 맡느냐’고 손사래를 쳤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법령이 그렇게 돼 있다고 해도, 사고가 성남에서 난 것이 아니냐고 해도, 현장에 있었던 분이 아니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시간은 흐르고 언론은 밖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고, 어찌됐든 빨리 결정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럼 도지사와 시장이 공동대책본부장을 하자’는 중재안을 냈고, 이 시장은 마지못해 동의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성남시청에 (사고대책본부를)설치하자고 얘기 했더니 또 이재명 시장이 펄쩍 뛰었다. ‘성남이 무슨 책임이 있다고 성남에 설치하느냐, 이 사고와 관련해서 성남의 ‘ㅅ’자도 꺼내지 말라’면서 말이다. 시간이 급하니 할 수 없이 내가 양보해서 분당구청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전까지는 이재명 시장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회피’를 하려고 드니까 적지 않게 실망하게 됐다. 이건 책임의 문제가 아닌 수습의 문제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뒤에선 ‘책임회피’, 앞에선 ‘생색내기’
박수영 의원은 아울러 비화 중 핵심이라며 당시 이재명 시장이 유족 대표 등과의 배상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꼬집었다.
박 의원은 “유족 대표들과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는데, 언론에 많이 알려졌던 것처럼 사고는 금요일날 발생했고, 월요일 새벽 3시30분에 57시간의 (배상)협상이 완료되고 그날 새벽 발인을 마침으로써 사고수습이 종료됐다. 새벽 협상이 종료되고 경기도, 성남시, 행사주체인 언론사, 그리고 유족 대표 간 (배상)합의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일은 또 벌어졌다”면서 “이재명 시장이 사인을 못하겠다고 버텼다. ‘성남시가 무슨 책임이 있다고 합의서에 사인을 하느냐’면서 말이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경기도청에 최종 합의문 문서가 있다”며 “도청에 문서공개 청구하면 부지사인 나와 행사주체인 언론사 대표, 유족대표의 사인은 들어가 있는데 성남시장 사인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월요일 아침 10시 합의발표가 있었다. 모든 언론, 방송이 왔고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음을 발표해야 했다. 이재명 시장이 오더니 발표는 자기가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면서 “그래서 ‘합의서에 사인도 안하고 책임도 없다던 분이 웬 발표냐’고 했더니 ‘그래도 명색이 공동대책위원장인데 TV에 한번 나가게 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사람이 모질지 못하고 사흘 동안 성남시청 공무원들이 고생한 것도 있고 해서 타협안을 냈다”며 “이 시장은 시작할 때 짧게 합의가 원만히 이뤄졌음을 애기한 뒤 빠지고 합의내용은 유족대표가 발표하는 것으로 말이다”라고 했다.
나아가 “이 시장은 좋아라 하며 그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아침 TV 생중계에 나온 이 시장은 새벽에 한 약속은 깡그리 무시하고 합의 내용까지 본인이 전부 발표를 해서 10분가량의 생중계 시간 대부분을 잡아먹었다”면서 “유족 대표는 이 시장 발표와 중복되는 얘기를 다시 한 번 할 수 밖에 없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생중계라 중간에 자를 수도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19대)대선 때 보니 유튜브 등에 (이재명 시장)본인이 판교 환풍구 사고를 수습한 영웅인 듯한 동영상을 올려놓았던데,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금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싶다”고 개탄했다.
이렇듯 본인 책임은 철저히 회피하던 이재명 성남지사가 제1야당 대표가 돼선 “정치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천 화재사고 때는 황교익과 ‘떡볶이 먹방’…이재명의 경기도 “애끊는 화재사고를 정치 공격 소재로 삼아선 안 돼”
2021년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구조가 복잡하고 발화성 물건들이 많아 엿새 만에야 화재 진압을 완료했다. 이 화재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 고(故) 김동식 소방경이 진압을 위해 물류센터에 진입했다가 현장에 고립돼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는 화재 발생 20여시간만에 현장을 찾았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화재사고를 보고 받았음에도 경남 창원에서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와 상생협약을 진행한 뒤, 경기관광공사 내정자였던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황교익 TV’ 출연해 이른바 ‘떡볶이 먹방’을 촬영했다.
다시 말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화재사고를 보고받고도 즉각 화재현장을 찾은 게 아니라 지방에서 떡볶이 먹방을 촬영한 뒤에야 화재현장을 찾았다는 것.

이재명 대표 주장대로 정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인데, 경기지사 때는 경기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도지사의 책무를 저버렸던 것이나 다름없다.
더 개탄스러운 대목은 2021년 8월 23일 <조선일보>와의 대선주자 인터뷰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이천 화재 당시 황교익씨와 유튜브 방송 촬영을 했다’는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 이미 미안하다고 했다”고만 답했다. ‘미안하다고 했으면 됐지, 곤란하게 뭘 또 그런 걸 묻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 황교익 씨와 떡볶이 먹방을 촬영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당시 이재명의 경기도는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지사는 행정1부시장을 화재 현장에 파견해 화재진압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고, 사전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화재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는, 변명으로 읽혀지는 해명을 내놨다.
이재명의 경기도는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는 재난 총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며 “애끊는 화재사고를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의 경기도의 지적대로라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애끓는 화재사고를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