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이현정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이 지연되는 가운데 표결 전날인 5일까지도 민주당과 정부·여당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는 분위기다.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다만 현재 168석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반대하고 있어 정부·여당은 독자적으로 임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만약 6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래 첫 대법원장 낙마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이는 오롯이 부적격 인사를 추천하고 인사 검증에 실패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은 부적격 사유로 △부도덕한 개인과 가족의 비위 의혹 △가족회사를 이용한 불투명한 재산 형성 △시대에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 등 9가지를 들어 “간곡하고도 단호히 부결을 요청드린다”며 각 의원실에 친전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아울러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좋은 후보를 보내달라. 언제든 임명절차에 협조하겠다”면서 “정부 여당과 일부 언론이 사법부의 공백을 언급하며 대법원장 임명 동의 표결에 연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명백한 삼권분립 침해다. 헌법이 명시한 대법원장 임명 동의에 대한 입법부의 권한과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수적으로 열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 후보자 인준에 협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통령이 야당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야당 대표를 만날 수 있나. 이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절대적 의석수를 무기로 한 힘자랑”이라며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장기공백이 민주당이 말하는 민생인가”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장 공백이 길어지자 법원행정처는 4일부터 야당 의원실을 찾아 60여 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전달하며 가결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설명자료에는 이 후보자의 사법 정책 방향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민주적·수평적 사법행정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그간 이 후보자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참담한 상황”이라면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 대해 비판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한편 이 후보자는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청문 과정에서 제가 한 판결, 저의 국가관과 역사 인식 등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국민의 대표인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님들이 여러 지적을 해 주셨다. 제가 받은 지적과 비판의 말씀을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사법부 공백이 길어질수록 전원합의체 재판, 대법관 제청, 헌법재판관 지명, 각종 사법행정과 법관인사 등 중요한 국가 기능의 마비 사태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 직위의 공백을 메우고 사심없이 국가와 사회, 법원을 위해 봉직할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더퍼블릭 / 이현정 기자 chuki91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