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정부가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지난달 설립한 배드뱅크(새도약기금) 자금의 66% 가량을 국내 5대 은행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도약기금이 사들일 채권을 절반 이상 보유한 대부업체들은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은행권에서 합의된 출연금 총액은 3600억원이다. 해당 금액에는 은행권이 자체 보유한 부실채권을 매각해서 받는 500억원 가량을 배드뱅크에 재출연 하는 것도 포함됐다.
24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받은 ‘은행권 새도약기금 분담 기준 및 은행별 분담액’에 따르면, 배드뱅크 전체 출연금 3600억원 중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부담 비율이 70%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 금융기관인 기은·산은·수은을 포함하면 8개 은행의 부담 비율은 85.2%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562억13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535억9600만원), 신한은행(497억1600만원), 우리은행(496억3600만원), IBK기업은행(377억4900만원), NH농협은행(290억700만원), 한국산업은행(215억5500만원), 한국수출입은행(91억5000만원) 등 순이다.
은행별 출연금 규모는 은행연합회가 매년 발간하는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실린 당기순이익에 비례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당기순이익은 미래 대출 부실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쌓아두는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수치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2조원)은 기업은행에 이어 6위 규모다. 다만,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은 가계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감액조치돼 분담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별로 매각 대상 보유채권의 매각 대금을 먼저 분담하고, 나머지 출연금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분담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이사회에서 의결, 이튿날 의사록을 은행들에 배포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의사록 등을 토대로 각각 이사회를 거친 뒤 연내 자금 집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업계의 반발이 변수다. 대부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을 위해 민간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배드뱅크가 사들일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부업체들은 정부가 너무 저렴한 가격에 채권을 사들이려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 채권 가운데 6조7000억원은 대부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대부업권의 평균 부실채권 매입가율은 29.9%에 달하는데 정부가 제시한 비율은 약 5% 수준이다.
매입가율은 채권 매입가액을 채권가액으로 나눈 수치다. 업계가 25%포인트 가량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니 미온적인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대부업계는 코로나19 시기에 발생한 연체 채권도 매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차주의 원활한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매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우수 추심회사가 은행권에서 저금리에 차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도 요청하고 있다. ‘대부업’이라는 명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관리업’ 또는 ‘자산관리업’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대부업체들의 요구 사항들이 해결되야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역시 대부업체의 부실채권 매각 독려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무담보 장기연체채권을 정부가 매입해 부채를 경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금융위원회는 총 16조 4000억원 규모 채권을 인수해 113만 4000명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