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정부가 장기 연체 채무 정리를 위해 설립하는 배드뱅크의 매입 대상 부실채권의 절반 이상이 이미 공공기관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민간 금융권 출연금으로 공공기관 부실까지 정리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국민의힘에 제출한 '7년 이상·5000만 원 이하 연체채권 업권별 분포' 자료에서 전체 채권 16조3613억 원 중 캠코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공공기관 보유 채권은 8조8462억 원(약 54%), 채무자 수 기준으로는 66만683명에 달했다.
이는 대부업(2조326억 원·12%), 카드사(1조6842억 원·10%), 은행(1조864억 원·7%) 등 민간 금융권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8000억 원을 투입해 배드뱅크를 설립할 계획인데, 이 중 4000억 원은 정부 재정으로,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권이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는 탕감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재기를 지원하는 구조다. 하지만 매입 대상의 상당수가 이미 캠코 등 공공기관이 들고 있는 채권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과거 민간 부실채권 정리가 시급했던 2016년부터 정책적으로 공공기관 보유 연체채권을 캠코로 일원화해왔다.
당시에는 다중채무자에 대한 경쟁적 추심을 막고 고금리 부실채권의 정리 기반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이 채권들이 '캠코 안에서 오래된 채무'로 남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의힘은 "공공기관이 이미 보유한 채권을 정부 예산으로 다시 사들이는 방식은 타당치 않다"며 "캠코가 자체적으로 해당 채권을 소각하면 될 일인데 굳이 정부가 예산을 들여 다시 사줄 필요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캠코는 국세청·국토부 등에서 소득·재산 정보를 직접 받아 동일한 심사 기준으로 일괄 정리할 수 있지만 다른 공공기관이 자체 소각하면 심사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와 공공기관 간 형평성을 맞추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매입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캠코는 해당 채권을 자체 소각하면 회계상 손실이 발생해 결국 다른 방식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정부 매입 방식이 형평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원 대상에 외국인 포함 여부와 공공기관 채권 자체 소각 여부 등 세부 쟁점도 정치권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지원 대상에 국적 불명 외국인 2000명, 182억 원이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과거 국민행복기금, 긴급재난지원금, 새출발기금 모두 영주권자·결혼이민자는 포함해 지원했다"며 "이번에도 원칙은 동일하고 난민 포함 여부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등 최근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배드뱅크에 투입되는 자금 중 4000억 원을 금융권이 출연하는 방식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책임을 '회사 이익'뿐 아니라 '주주 이익'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인데, 주주들이 출연금에 반발해 경영진을 배임죄로 고발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야도 상법 개정안에는 공감하면서도 배임죄 완화 방안을 두고선 시각차가 크다. 여당은 개정안 통과 후에 보완하자는 입장이고, 야당은 배임죄 조항부터 손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