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한국산 농산품이 품질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까다로운 검역절차로 인해 중국산 농산품보다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까다로운 검역 절차와 높은 비용, 그리고 중국산의 FTA 특혜 및 ‘한글 포장 모방’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K-브랜드’를 보호하고 수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KOFOOD김양희 대표는 한국 농산품이 놓여있는 이같은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11일자 <조선비즈>보도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 외곽 실버워터 지역의 KOFOOD는 20년 전 호주로 이민 온 김 대표 가족이 창업한 한국산 농산물 전문 수입업체다. 12년째 운영 중인 이 회사는 호주 내 한국산 버섯 최대 수입사로, 새송이·팽이·표고·만가닥버섯 등 다양한 품목을 들여온다. 최근에는 배와 쌀 등으로 품목을 넓혔다.
김 대표는 “한국산 농산물의 연간 수입액이 약 100억 원 규모”라며 “가격은 중국산의 두 배지만, 고품질과 안전성을 이유로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는 “K-컬처 확산이 K-농산물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며 “호주 쌀값이 급등하면서 한국산 쌀 수요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표 “한국산 농산물이 품질은 높지만 검역 절차에서 중국산보다 불리하다”며 “한국에서 온 컨테이너는 샘플 10박스를 전수 검사하고,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재검역을 받아야 한다”며 “재정비 후 재검사나 반송(백쉽)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반면, 중국산 제품은 현지에서 발급한 검역 기록지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중국과 호주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검역·세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생 및 식물검역(SPS)을 상호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한국과 호주 간 FTA에도 SPS 조항이 있지만, 중·호주 FTA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한국산 농산물의 검역 절차가 훨씬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검역비용에서의 차이가 한국 농산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중국산 제품의 ‘K-브랜드 모방’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시드니 한국제품 전문 매장 ‘KMALL09’에서는 ‘한고을배’라는 한글 상표가 붙은 배 상자를 가리키며 “한국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Product of China’ 표시는 박스 하단 구석에 작게 적혀 있었다. 김 대표는 “작년부터 소비자 수요에 맞춰 소포장 제품을 내놓았더니, 중국 업체들이 같은 디자인으로 포장을 따라했다”며 “벤치마킹을 너무 잘한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