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정부가 '생산적 금융' 본격화에 나섰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 안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모순된다는 반응이다.
내년 제도 개선이 시행돼도 기업대출 위험가중치(75%)가 주택담보대출(20%)의 4배에 달해 생산적 영역으로 자금이 옮겨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여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금 공급을 주식투자와 벤처캐피탈(VC)로 돌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상장주식 RW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250%로 낮추되, 단기매매 (3년 미만) 목적이나 설립 5년 미만 VC 투자는 400%를 유지한다.
금융위는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으로 연간 최대 27조 원 규모의 주담대가 축소되는 대신 기업투자 여력은 약 31조6000억 원 늘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RW 100% 적용이 가능한 정책목적 펀드 특례 요건을 명확히 제시해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RW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의 위험도를 반영해 자본적립 부담을 산정하는 비율로, 위험가중치가 높을수록 자본비율이 낮아져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자산 전체에 반영한 위험가중자산(RWA)은 자본 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비중이 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떨어져 대출 여력이 줄고 자본 부담은 커진다.
은행권은 기업여신의 위험가중치가 여전히 주담대의 4배 수준인 데다 벤처기업 투자 적격성 심사 등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 이번 조정만으로는 자금이 생산적 영역으로 원활히 이동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 대출 중 담보가 뚜렷해 가장 부실 위험이 낮아 안정 자산으로 평가받는 주담대를 위험자산 취급하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우회로’일뿐, 금융 안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책 목적에 맞추려고 안전 자산을 위험 자산으로, 위험 자산을 안전 자산처럼 바꿔버리는 건 금융 원칙을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고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늘려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추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은행권의 건의사항을 반영한 것일뿐 주담대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생산적 금융'이 아닌 '불필요한 비용 경쟁'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은 향후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보고 주담대 위험가중치 추가 상향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