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한다는 발언을 하자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투쟁'까지 불사하며 반발했던 투자자들과 정치권 내 논란이 거세지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기준 관련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주식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 주식시장 활성화가 새로운 정부의 경제 정책의 핵심 중 핵심인데 (주식 양도세 강화로) 장애를 받게 할 정도라면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요구하고, 여당도 현행대로 놔두자는 의견이라면 굳이 끝까지 (정부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라며 "그건 국회 논의에 맡기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주주 기준은 대통령 시행령으로 바꿀 수 있지만, 국회로 공을 넘긴 것은 양도세 기준 완화가 '조세 형평성 저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말 세제개편안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대주주는 세율이 22~27.5% 달하는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데,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자'에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자'로 요건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2000년 처음 설정된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당시 '종목당 100억 원 이상 보유'로 정한 뒤 박근혜 정부 시절 25억 원으로 내렸다.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 10억까지 강화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 50억 원으로 완화됐다.
'코스피5000 시대'를 공약한다는 새 정부가 이를 다시 10억 원으로 낮춘다고 하자 투자자들의 비판과 불만이 일었다.
과세 형평성과 세수 확충이 목적이었지만 개인투자자까지 '대주주'로 묶여 매매 제한과 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14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확산됐다.
정부의 입장이 바뀌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실상 대주주 기준 50억 원 이상으로 확정된 셈이다. 경축할 일이다" "개인들도 장투(장기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10억 원은 아닌 것으로 보이니 다행이다"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증권가 역시 정부의 시장 친화적, 효율주의적 입장이 재차 확인됐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도세 기준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추산하는 세수 결손 규모는 2000억 원~3000억 원 정도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관련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며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도 추가로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안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현행 45%에서 35%로 내리기로 했다. 시장이 기대한 최고세율 수준(25%)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시뮬레이션 결과 재정당국은 지금 안이 세수 손실 없이 배당을 늘리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입법·시행 과정에서 필요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