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지난 4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된 배경에 현지 노조와 한국 기업 간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자 기사에서 조지아주 일부 노조가 "76억달러 규모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공장에서조차 미국인 일자리가 배제됐다"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배관·용접공을 대표하는 노조 'Local 188'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용접과 배관 작업을 맡고 있다"며 "이는 미국인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반발은 건설 인력을 넘어 전문 작업까지 확장되고 있다. 전직 미국 에너지부 일자리국장 베토니 존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기업들은 지식 재산권 보호를 위해 핵심 공정에 자사 인력을 투입하지만, 노조는 이런 작업도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작업을 맡을 현지 근로자가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가운데는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6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공사를 현지 인력만으로는 진행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지휘할 경험이 있는 한국인 관리자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실제 대만 TSMC, 일본 파나소닉도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본국 전문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번에 연행된 한국인 상당수는 이차전지 분리막 제조, 화학물질 처리, 공정 가스 제거, 배터리 패키징 등 핵심 장비 설치 과정에 참여한 인력들이었다. 일본과 중국 협력사 인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전문 인력은 한국에서도 소수이며, 해외 공장 건설 수요가 늘어나 배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구금 직후 "전문직 비자 발급을 늘릴 수 있다"며 "한국 인력을 불러 미국 근로자가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한국 기업 핵심 기술 이전 요구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미국 내 첨단 생산 시설을 짓고 있는 다른 한국 기업들은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2나노 파운드리 공장, 현대차의 연간 50만대 규모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모두 첨단 기술을 적용한 시설로 외국 전문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