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정부와 여론의 '이자 장사' 지적에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5대 은행에서 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상품을 제외하고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41∼1.54%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0.43%포인트)보다 1%포인트 넘게 오른 수치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들의 최대 이익 기반이 된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이자 장사를 통한 마진(이익)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54%p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1.50%p)·NH농협(1.47%p)·하나(1.42%p)·우리(1.41%p) 순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주요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다가 올해 3월 이후 금융당국 등의 지적과 우려가 나오면서 다소 축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을 정점으로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가 치솟자 당국과 은행권이 규제에 나서면서 대출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거나 상품에 따라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서 예대금리차는 다시 확대됐다.
정부가 가계 대출을 조이면서 대출 금리는 쉽게 내리지 못하지만, 예금 금리는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어, 예대금리 차는 계속 커질 것이란 관측이 크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들지만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는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 등으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인 데다가, 대출 규제로 대출 재원 마련이 급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굳이 높은 금리로 예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권 간담회에서 "은행이 리스크가 가장 낮은 담보와 보증 상품 위주로 '손쉬운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전날(3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 "(정부의 대출 규제가 예대금리차 확대를 고착화시켰다는 평가에 대해) 최근 수도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됨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강화하였고,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조정하면서 불가피하게 예대금리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은행권이 금리조정 외에도 DSR 기반의 엄정한 여신심사 등을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의 이자 벌이가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직원 생산성은 1년 새 27%나 뛰며 1인당 평균 2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 상반기 경영 공시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 평균은 2억2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억5900만 원) 대비 26.8% 불어났다.
하나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이 2억39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은 전년 동기(1억1400만 원) 대비 2배가 늘어나 2억2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당 부채 기저효과가 5대 은행 생산성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