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연일 정부가 금융권에 ‘이자’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금융권에 ‘이자놀이’ 대신 생산적 투자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예금자 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진 1일 은행을 찾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 은행권에서만 예대마진 기반의 높은 수익성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며 “기준금리가 인하되는데 국민들이 체감하는 예대 금리 차가 지속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권 스스로 가산금리 수준이나 체계를 살펴봐달라”며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 생산적 분야로 자금 공급돼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와 여론의 ‘이자 장사’ 지적에도 주요 시중은행들의 최대 이익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상당수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2022년 하반기 공시 시작 이래 최대거나 이에 근접한 상태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대출금리는 쉽게 내리지 못하지만, 예금금리는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 수익의 본질적 원천이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이자 장사를 통한 마진(이익)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일 기준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41∼1.54%포인트(p)로 집계됐다.
이 예대금리차는 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상품을 빼고 계산한 결과다. 저소득·저신용 서민 대상의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가 높아 이를 많이 취급할수록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54%p로 가장 컸다. 이어 신한(1.50%p)·NH농협(1.47%p)·하나(1.42%p)·우리(1.41%p) 순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이 6.03%p로 압도적 1위였다. 2∼4위의 한국씨티은행(3.33%p)·제주은행(3.13%p)·케이뱅크(3.01%p)·광주은행(2.79%p)도 3%p 안팎에 이르렀다.
정책과 규제의 영향으로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가기 힘든 상태지만, 예금금리는 이미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은행에서는 금융위험 등의 관리 비용도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확대 지적과 관련해 “은행의 예대마진에는 단순히 은행 수익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충당금 적립 등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들지만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는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출 규제로 인해 높은 금리의 예금을 조달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 등으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인 데다가, 대출 규제로 대출 재원 마련이 급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굳이 높은 금리로 예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