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시절 '전세의 월세화'… 정책·금리·보증 축소가 만들었다

文 정부 시절 '전세의 월세화'… 정책·금리·보증 축소가 만들었다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8.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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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세 호가 상승과 물량 감소
전세 대출 금리 급등, 실질 부담 더 낮은 역전 현상 발생
6·27 대책 이후 갱신 증가·전세 수급 타이트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6월 다섯째주(6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0%로 전주(0.43%↑) 대비 소폭 줄었다. 가격 상승세 둔화에 이어 거래량도 급감하는 조짐을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책 전 일주일(6월 20~26일)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1천629건이었으나 이후 일주일(6월 27일~7월 3일)은 577건으로 3분의 1 수준이다(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202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임대차 제도 개편, 금리 급등, 보증 제도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세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 2법이 기점이 됐다.

당시 인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명분으로 2년 전세 계약에 대한 1회 갱신 청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는 예상 밖 부작용을 낳았다. 임대인들은 4년치 예상 인상분을 신규 계약 시 선반영하는 전략을 택했고, 신규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임차인의 갱신 비율은 높아졌지만, 신규 진입자의 선택지는 좁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실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9년 97.03에서 2020년 101.26, 2021년 112.28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금리 환경 급변은 임차인의 선택 기준을 바꿨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과 함께 2%대였던 전세 대출 금리가 78%대로 치솟았다. 같은 시점 월세는 전세 보증금의 45% 수준에 머물렀다. 전세 자금 대출 이자를 고려하면 월세의 실질 부담이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 대출 문의는 줄고, 월세 보증금 대출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금리 부담에 억 단위 전세자금을 대출받기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아파트 시장의 충격이 컸다. 2022년 연립·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이에 임차인들은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는 위험을 회피하고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연립·다세대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 비중은 41.2%로, 2022년 상반기 61.9% 대비 20%p 급감했다. 

정부의 보증 제도 축소도 전세 수요 위축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 한도는 90%에서 80%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등 공적 보증 기관의 보장 범위가 축소되며 임차인의 자기 부담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은 전세 시장을 더 빠르게 냉각시켰다. 매물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 임차인들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급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인 7월 1~18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7186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3008건으로 41.9%를 차지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4.7%p 상승한 수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나와도 경쟁이 치열해 계약이 어렵고, 호가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며 "갱신권 사용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규 전세 진입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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