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새로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안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보고되면서 금융위가 해체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4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최근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27일 발표된 가계대출 규제를 이재명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금융위의 존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국정위는 기존 개편안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개편안은 국정기획위 활동 종료일인 14일 전후로 대통령실 검토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이 국정위와는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쟁점은 금융감독 권한을 금감원과 같은 민간기구에 넘기는 것이 헌법 및 정부조직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법제처는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과 기재부, 금융위 등이 참여한 실무협의회에서 민간기관에 광범위한 금융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논의는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위 설치법 및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된 것이었다. 해당 개정안은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감원에 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제처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나 인허가 등 행정 권한은 공무원이 직접 수행해야 하며, 포괄적인 공권력을 민간에 위임하는 것은 헌법상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를 두고도 논란이 크다. 정책 추진(엑셀)과 감독 견제(브레이크)가 분리돼야 균형 잡힌 금융행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현실적으로 두 기능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조직개편안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금융위 해체를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금융위 설치법은 물론 정부조직법, 은행법 등 주요 법률을 패키지로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설치법상 기관 명칭을 금융감독위원회로 변경하고 정책 기능을 삭제하는 대규모 개정이 필요하다. 은행법에서도 금융위 권한을 삭제하거나 조정해야 하고, 감독 체계도 새로운 조직 구조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해당 법안들이 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라는 점이다. 여야 협조 없이는 개정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직개편안에는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시켜 ‘금융소비자보호원(소보원)’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과 검사 기능에 치중한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평가에 따른 조치지만, 감독권이 없는 소보원으로는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