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서울 본부 [사진=연합뉴스]](https://cdn.thepublic.kr/news/photo/202507/270280_270835_3338.jpg)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벽으로 꽉 막힌 연구실, 8년 후 철거해야 하는 태양광 설비, 40m마다 창문을 달아야 하는 반도체 공장까지. 글로벌 규제 혁신과 신산업 육성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5일 산업 현장 의견을 모아 '신산업 내 구규제' 54건을 정리하고 그 개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낡은 규제는 기업부설연구소 인정 요건이다. 현행 기초연구법상 연구 인력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연구소를 '고정벽체와 별도 출입문을 갖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연구공간이 물리적으로 완벽히 독립돼야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이는 기술 변화가 빨라 연구 인력을 수시로 재배치하고, 사업 부서와 아이디어 융합을 위해 있던 벽도 허무는 첨단 산업의 흐름과 정반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900명 규모의 부설연구소를 가진 한 반도체 대기업은 이 요건을 못 지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 신설 과정의 어려움도 크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 기준에 관한 규칙'은 2층 이상 11층 이하 건물에 40m 간격으로 소방관 진입창을 의무 설치하도록 한다. 화재 시 신속한 구조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외부 오염물질 유입을 극도로 통제하는 클린룸에 창을 내는 것은 품질에 치명적일 수 있다. 게다가 위험물을 취급하는 가스룸 등에는 폭발 위험이 있는 특수 가스 때문에 강화 유리를 써야 해, 정작 소방관의 진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는 일률적인 간격 규정보다 시설의 기능에 맞게 진입창을 배치하도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걸림돌도 여전하다.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농지법상 최장 8년으로 운영 기간이 제한된다. 식량 생산이라는 농지 본래 목적 보전 취지지만, 통상 20~30년간 운영 가능한 태양광 설비를 8년 만에 철거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농민 참여율도 낮다.
서비스 산업과 신기술도 규제에 막혀 있다. 여러 미용사가 설비를 공유해 창업 비용을 줄이는 '공유 미용실'은 미국 '솔라 살롱 스튜디오', 일본 '고투데이셰이어살롱' 등 해외에선 이미 활성화된 모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공중위생관리법상 1개 사업장에서 2개 이상의 미용업을 하려면 각각 별도의 시설을 갖춰야 해 불법이다.
대한상의는 이 밖에도 '전동 지게차의 전기차 충전기 사용 제한 해제', '게임물 업데이트나 버그 수정을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내용 수정 신고 제도 폐지' 등을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과거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성장을 제약하는 시대착오적 규제들"이라며 "새로운 시도나 산업에 대해 열린 규제로 다양한 성장 원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