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美에 50% '맞불 관세' 경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응"

브라질, 美에 50% '맞불 관세' 경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응"

  • 기자명 양원모 기자
  • 입력 2025.07.1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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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우선, 결렬 시 즉각 보복" 8월 1일 동시 시행 예고
트럼프, 보우소나루 재판 '마녀사냥' 비판하며 관세 위협
연 920억 달러 교역 타격 우려… "미국이 더 큰 피해" 전망도

왼쪽부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브라질이 미국의 50%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맞불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현지 방송사 레코드TV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50%를 부과하면 우리도 50%를 부과할 것"이라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룰라 대통령은 "먼저 협상을 시도하겠지만, 협상이 통하지 않을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조르나우 다 헤코르드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후 미국이 8월 1일 관세를 강행하면 브라질도 같은 날 상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이라 비판한 뒤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재 룰라 대통령 암살 모의 및 쿠데타 기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로 서한을 공개한 것을 두고 "관례가 아니다"라며 "가짜 문서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로이터통신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를 관세를 이용한 "명백한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미 법적 대응 체계를 갖췄다. 지난 4월 통과된 '무역 보복법'은 외국의 일방적 무역 장벽에 대해 대통령이 관세 인상, 수입 제한, 투자 차단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룰라 대통령은 이 법을 근거로 대미 무역 정책 전면 재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브라질 외교당국은 "미국이 실제 관세를 시행하기 전까지 공식 보복 발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8월 1일까지 협상 기간을 남겼다.

경제적 측면에서 브라질은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페르난두 아다지 재무장관은 10일 CNN 브라질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대미 교역 누적 적자액은 902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미국은 브라질을 상대로 74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50% 관세 시행 시 브라질의 대미 수출이 60% 감소하고 GDP의 1%가 손실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룰라 대통령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학원의 올리버 스투엔켈 국제관계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브라질에 대한 관세는 보우소나루에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내정 간섭은 브라질 내 결집 효과를 낳아 룰라 지지율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브라질은 커피, 설탕, 쇠고기, 오렌지 주스 등 주요 농산물의 대미 수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무역 소식통 4명을 인용해 "50%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브라질산 커피 수입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즉각적인 대체 공급처 확보가 어려워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라질 산업계는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조제 고메스 다 시우바 상파울루 산업연맹(FIESP) 회장은 성명을 통해 "외교와 균형 잡힌 협상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념을 넘어 외교적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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