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초청받았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도 전에 전승절을 계기로 한 방중 요청을 받으면서 대응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중 양국이 해당 사안에 대해 소통 중이라면서 참석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정치적 부담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1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당국자로 방한한 중국 외교부의 류진쑹(劉勁松) 아주국장도 강영신 외교부 동북아국장에게 초청 의사를 전했다.
중국 측은 6월3일 한국 대선 이전부터 한국 정상의 전승절 참석 필요성을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0일 이뤄진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통화에서는 시 주석이 직접 전승절 방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전승절)'에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물론 서방 국가 정상들도 초청 리스트에 올려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전승절 참석을 압박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제반 상황을 봐서 검토해야 한다"며 "고려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한중관계 관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격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에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는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행사 당시 서방 지도자들이 참석을 보이콧했던 열병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 진영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후폭풍이 일었던 점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우호적 한중관계를 조성해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 등 일각의 불편한 시선에도 전승절에 참석했다.
하지만 "좋은 효과를 거뒀다"는 중국의 평가와는 달리,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곧이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중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미 정부는 당초 이달 말 워싱턴 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했지만, 최근에는 8월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참석 문제 또한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