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채무 탕감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시민단체 등 비영리법인도 개인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주도한 민간 채무탕감 기관 '주빌리은행'과 유사한 형태의 배드뱅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에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5일 개인금융채권 매입 가능 기관에 비영리법인도 포함하는 내용의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현재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권 매입기관이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채무자 재기 지원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이 빠져 있는 상태다.
금융위는 규정변경예고안에서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의 재기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의 경우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보호 및 재기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며 "비영리법인으로 양수인의 범위를 확대해 정비 필요 사항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이 대통령의 공약인 '배드뱅크' 설립과도 맞물려 추진된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등)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이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는 '배드뱅크'를 통해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 방안을 준비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비영리법인을 활용할 경우 이 대통령이 2015년 성남시장 시절 공동은행장을 맡았던 '주빌리은행' 유사 모델이 부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빌리은행'은 채무 탕감을 위해 금융회사의 장기 연체 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매입한 뒤, 채무자가 원금의 7%만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원금의 7% 상환 조건은 '도덕적 해이'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였다.
당시 재원은 금융사에서 부실채권을 기부받거나 기업 후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도 맺으며 사업을 확대했다.
하지만 현재 채권 시장 상황이 10년 전과 달리 정상화돼 보통 원금의 3~5% 가격으로 채권을 살 수 없는 구조라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10일 뉴스1에 "채권을 매입한 뒤 채무자에게 연락하는 순간, 당사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추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이후에는 전액 소각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문제점을 언급했다.
소각 방식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고, 현재 주빌리은행은 채권 매입을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정부의 재정 투입과 은행권 등 민간 금융회사의 지원 없이는 '배드뱅크'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배드뱅크 형태가 금융회사일지 주식회사일지, 비영리법인일지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만일 비영리법인을 활용하는 형태의 배드뱅크가 될 경우 이번 개정안이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